연분홍 단장하고 누굴 기다리나… 여수 영취산
입력 2013-04-10 17:12
전남 여수의 영취산은 경남 창녕 화왕산, 마산 무학산과 더불어 남도의 3대 진달래 정원으로 꼽힌다. 이상 기온으로 진달래 개화 시기가 일주일 정도 빨라지면서 지난 주말 꽃망울을 활짝 터뜨린 진달래는 영취산진달래축제가 열리는 이번 주말에 절정을 이룰 전망이다.
영취산은 정상인 진례봉이 해발 510m로 야트막한데다 도심에 위치해 접근성이 좋다. 여기에 연분홍 치맛자락을 연상하게 하는 골명재 산비탈의 여성미와 봉우재 암봉의 남성미가 어우러져 온 산이 연분홍으로 채색되는 4월 초에는 상춘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영취산 산행코스는 5∼6개가 있으나 여수국가산업단지의 GS칼텍스 PP출하장 입구의 주차장에서 시작되는 산행로가 가장 인기가 좋다. 산행객들에 떠밀려 가파른 시멘트 길을 10분쯤 올라가면 향토시인 김종안의 ‘진달래꽃’ 시비가 나오고, 이어 연분홍 물감을 흩뿌린 듯 돌고개 군락지가 펼쳐진다. 돌고개 군락지 오른쪽으로는 일대바위, 이대바위, 삼대바위로 불리는 바위군이 눈길을 끈다.
중턱에서 정상까지 30∼40년생 진달래 수십만 그루가 15만평에 걸쳐 군락을 이루는 영취산은 남도에서 봄이 가장 먼저 오는 산. 여느 산에 비해 유난히 색이 짙은 영취산 진달래는 돌고개 군락지, 골명재 군락지, 개구리바위 군락지, 정상 군락지, 봉우재 군락지를 중심으로 나날이 면적을 늘려가고 있다.
영취산은 능선이 부드러운 데다 쪽빛 바다가 발아래 위치해 꽃밭을 걷는 듯 황홀하다. 어른 키보다 큰 진달래가 터널을 이룬 구간도 많아 쪽빛 바다와 숨바꼭질하다 보면 금세 정상을 밟게 된다. 연분홍 꽃물결이 산비탈을 따라 주름치마처럼 흘러내리는 골명재 군락지는 진달래와 활엽수의 연둣빛 새순이 어우러져 파스텔화처럼 은은한 매력을 발산하는 구간.
진달래꽃이 가장 화려한 개구리바위 군락지의 철계단을 오르면 진례봉을 비롯해 다도해의 크고 작은 섬과 어선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동북쪽은 여수국가산업단지 너머로 광양만에 떠있는 묘도가 정겹고, 원형의 저유탱크 너머로는 여수와 묘도를 연결하는 이순신대교가 미끈한 몸매를 자랑한다.
영취산은 해돋이와 해넘이는 물론 야경이 아름다운 산으로도 유명하다. 한려수도에서 솟은 태양이 하루 종일 진달래 정원을 산책하다 여자만 너머 고흥반도 품에 안기면 여수국가산업단지가 불을 밝히기 시작한다. 이어 멀리 광양제철소와 바다에 떠있는 거대한 화물선의 불빛까지 더해져 광양만은 은하수가 내려앉은 듯 환상적인 야경을 연출한다.
개구리바위 군락지의 철계단에서 진례봉까지는 진달래가 연분홍 융단을 깔아놓은 듯 화려하다. 진달래 터널을 통과한 울긋불긋한 차림의 상춘객들은 대부분 진례봉에서 왔던 길로 하산한다. 그러나 여정을 늘려 진례봉 턱밑에 위치한 도솔암을 거쳐 수백 개의 나무계단을 내려가면 영취산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봉우재 군락지가 반긴다. 봉우재 남쪽의 암봉은 다른 진달래 군락지와 달리 뾰족뾰족한 기암괴석과 연분홍 진달래가 만들어내는 또렷한 색조가 눈을 황홀하게 한다.
잎보다 꽃이 먼저 피는 진달래는 우리나라 어느 곳에서나 만나는 흔한 꽃이라 더욱 정겹다. 꽃송이 하나하나는 시골처녀의 수줍은 모습이지만 무리지어 분홍빛 속살을 드러낼 땐 성숙한 여인의 자태를 연상하게 한다. 그래서 일찍이 김소월을 비롯한 시인들은 진달래를 시의 소재로 즐겨 삼았다.
여수시는 12일부터 사흘 동안 ‘여수영취산진달래축제’를 열고 축하공연, 다문화 민속문화공연, 산상문화공연, 특산품 및 향토음식 전시 판매, 공예품 전시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이를 위해 돌고개 행사장 도로변과 GS칼텍스 PP출하장 입구, 흥국사 주변, 상암초등학교 주변, 원상암 도로변 등에 주차장을 마련하고 시외버스터미널∼돌고개, 시청∼돌고개 구간에 셔틀버스도 투입한다. 축제장인 GS칼텍스 PP출하장 입구 주차장∼개구리바위 군락지∼진례봉∼도솔암∼봉우재∼흥국사 주차장까지 4시간 소요(여수시 축제지원팀 061-690-2041∼3).
여수=글·사진 박강섭 관광전문기자 ks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