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자리 性접대… 여배우의 죽음… 과연 진실은

입력 2013-04-10 17:25


연예계 성 상납 문제를 다룬 영화 ‘노리개’(감독 최승호)의 시사회가 9일 오후 서울 삼성동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열렸다. 이 영화는 2009년 ‘술시중과 성 상납을 강요받았다’는 문건을 남긴 채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배우 고(故) 장자연씨의 사건을 모티브로 삼아 화제를 모았다. ‘노리개’는 ‘도가니’(2011)처럼 사회적 이슈가 될만한 민감한 부분을 법정 드라마 형식으로 고발한다.

여배우 정지희(민지현)가 소속사 대표의 강요로 술자리에서 성 접대를 하다 그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 자살한다. 이후 정지희의 친오빠가 소속사 대표를 고소하면서 재판이 열린다. 진실을 파헤치려는 열혈 기자 이장호(마동석)와 피해자 입장에 선 여검사 김미현(민지현)이 이야기의 중심축이다. 성적(性的)인 장면은 재판 과정에서 증인의 입을 통해 회상 신으로 처리된다.

하지만 극 중 숨은 진실이 드러나는 클라이맥스 장면에서 언론사 사주가 정지희에게 변태적 성행위를 강요하는 장면이 노골적으로 담겨 논란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또 소신을 굽히지 않는 여검사의 아버지가 현직 대법관으로, 결국에는 재판이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설정도 설득력이 부족해 보인다. 이장호라는 기자 이름은 특정 기자를 연상케 한다.

시사회 후 열린 간담회에서 최승호 감독은 “국민 법상식과 현실에서 적용되는 법이 너무나 괴리가 크다는 생각을 했다. 국민들이 생각하는 수준만큼 법정에 올려놓고 본다면 어떨까, 사회 부조리를 일반인의 상식선에서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영화를 찍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가해자들의 악마성을 보여주려고 일부 극적인 장치를 넣었다”고 설명했다.

외압은 없었느냐는 질문에 감독은 “처음 시작할 때 제작사 대표와 그런 부분이 있어도 어느 정도 감수하자고 얘기했다. 직접적인 외압보다는 영화계 내부적으로 투자나 이런 게 쉽지 않았다. 내부에서 ‘알아서 기는’ 분위기가 있지 않았나 싶다”고 답했다. ‘노리개’라는 제목에 대해서는 “사람이 물건이 아닌데 물건처럼 다뤄지는 현실에 대한 상징”이라고 말했다.

열혈 기자를 페이소스 있는 연기로 해낸 마동석과 과감한 노출 연기를 마다하지 않은 민지현에게는 박수를 보낼 만하다. 그러나 지나치게 수위가 높은 장면은 눈요기를 겨냥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만도 하다. 연예인 성 상납 실태를 고발한다는 명목으로 여성 피해자의 부끄러운 현실을 상업적으로 이용했다면 그를 두 번 죽이는 꼴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18일 개봉. 청소년 관람 불가.

이광형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