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풍향계-정백근] 진주의료원 사태의 해법

입력 2013-04-10 17:34


“경남도는 폐업 방침 철회하고 발전방안 수립 위한 논의의 장 마련해야”

경남 진주의료원은 103년의 역사를 가진 지역의 거점 공공병원이다. 홍준표 경남 도지사는 취임한 지 70일도 안 돼서 서부 경남지역의 유일한 지방의료원인 진주의료원을 폐업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맞서 전국의 시민사회 및 노동단체들이 연이어 폐업 방침 철회를 요청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제 진주의료원 폐업 사태는 지역사회의 이슈가 아니라 전국적 차원의 이슈가 된 지 오래다. 보건복지부가 사실상 폐업 철회를 요청했고, 여당인 새누리당도 이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것을 요청했지만, 경남도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사태는 점점 극단으로 치닫고 있고, 이제는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중재에 나서야 할 판이다.

경남도가 애초에 진주의료원을 폐원하겠다는 입장을 제시하면서 내세운 근거는 두 가지였다. 첫째는 진주의료원의 적자와 부채가 너무 심하다는 것, 둘째는 올해 2월 2일부터 시행된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에서 공공보건의료에 대한 정의가 바뀌었으므로 민간의료기관이 공공보건의료를 해도 된다는 논리였다.

공공병원은 적정진료, 지역사회의 사회적 취약계층들을 위한 의료안전망 기능, 민간병원이 수익이 나지 않아 참여하지 않는 영역에서의 공익적 서비스 제공과 같은 역할들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적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는 건전한 적자이며, 사회가 부담해야 하는 복지비용이다. 또한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 전면 개정안’은 공공병원을 폐업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취약한 공공보건의료체계를 보완하기 위해 민간의료기관의 공공보건의료 수행을 위한 법적 기반을 만들려는 것이었다.

애초에 제기했던 폐업 근거들이 이처럼 사회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하게 되자 이제는 뜬금없이 진주의료원이 강성노조의 해방구가 됐기 때문에 폐업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6년간의 임금 동결과 수개월의 임금 체불에도 불구하고 업무를 지속해 왔고, 주로 여성들로 구성된 진주의료원 노조가 과연 강성 노조로 평가받을 수 있는지는 논외로 치자. 그렇더라도 노조 때문에 103년의 역사를 가진 지역의 대표적인 공공병원을 폐원한다는 것은 더욱 취약한 논리이다.

경남도는 현재의 사태를 불러 온 모든 책임이 진주의료원 노조에게만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진주의료원 노조가 한 일이 전부 옳았다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경남도는 아무 책임이 없고, 진주의료원 노조가 모든 잘못을 저질렀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더더욱 없다. 진주의료원의 적자 및 부채의 급격한 증가는 환자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현재의 위치로 신축 이전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게다가 신축이전 이후 병원 운영을 지도·감독하기 위해 경남도 공무원들이 진주의료원에 상주했다. 즉 이 과정에 관련된 최종 결정자는 경남도였다. 그런데 어째서 모두 노조의 탓으로만 돌리는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이제라도 폐업 방침을 철회하고 진주의료원의 발전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 경남도가 취해야 할 행동이다. 이미 진주의료원 사태는 출범한 지 두 달도 안 된 박근혜 정부의 부담이 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공공의료를 강화하겠다고 했으나, 보궐 선거 당시 러닝메이트를 자처하던 홍준표 지사는 그나마 부족한 공공병원을 없애려고 하고 있다. 홍 지사는 진주의료원 폐업이 정부의 공공의료 포기와는 관계없는 개별적 사안이라고 하나 경영상태가 좋지 않은 지방의료원들에 대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의 신호탄이 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박근혜 정부의 공공의료 강화 의지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는 진주의료원 폐업을 철회시키는 것으로부터 싹틀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지방의료원이 수익성 논리에 지배되지 않고, 정책병원, 공공병원으로서의 위상을 제고할 수 있게 하는 획기적인 투자 방안, 지역주민들이 지방의료원 운영에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함께 마련된다면, 정부의 공공의료정책은 국민들의 확고한 지지에 터를 잡고 추진될 수 있을 것이다.

정백근 경상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