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열며-이기수] 의료관광입국의 길
입력 2013-04-10 17:34
“다큐 프로를 다양하게 만들어 뿌렸으면 좋겠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 환자 중 십중팔구는 처음엔 우리나라가 한국인지, 북한인지도 몰랐다고 말한다. 정부가 주요 국가의 현지 미디어를 통해 한국 의료에 대해 많이 알려야 한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9일 개막한 국제 의료관광 행사 ‘메디컬 코리아 2013’에서 만난 자생한방병원 송미나 국제팀장의 제안이다. 메디컬 코리아 행사는 11일까지 열린다.
2013년 현재 우리의 의료관광 성적은 몇 점이나 될까. 개인적으로는 외국인 환자를 국내로 불러들이는 ‘인바운드’의 경우 대략 60점, 의료시스템과 의료기술을 해외로 수출하는 ‘아웃바운드’는 40점도 많지 않나 싶다. 말 그대로 의료관광 분야에서 우리는 아직 걸음마 단계라고 본다.
보건복지부 발표 자료를 보자. 2012년 한 해 동안 우리나라 병원을 찾은 외국인 환자 수는 총 15만5672명이다. 이는 2011년의 12만2297명보다 27.3%나 증가한 숫자다. 하지만 2010년 기준 태국의 156만명과 싱가포르의 72만명, 인도의 73만명 선에는 턱없이 못 미친다. 또 외국인 환자 10명 중 약 8명(80.6%)은 병원에 입원하지 않고 외래진료만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속빈 강정과 같아서 환자 수가 늘었다고 그렇게 좋아할 일도 아니란 말이다.
그뿐이 아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의료관광용 ‘메디컬 비자’를 정식으로 발급받은 외국인 환자는 2010년 268명, 2011년 409명에 그쳤다. 이는 국내 병원을 찾은 외국인 환자의 대부분이 여행 중 병을 얻어 잠시 병원에 들른 단순 관광객이거나 국내에 장기간 체류하는 외국인일 수도 있음을 암시한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삼성서울병원이 2010년 아랍에미리트연합 두바이에 개설, 운영해 온 삼성메디컬센터를 올해 초 폐쇄한 데서 답을 얻을 수 있다. 삼성서울병원 송재훈 병원장은 그 이유에 대해 “외국인 환자 유치전략이 성공하려면 국내 거주 외국인이 아니라 현지 외국인이 비행기를 타고 한국을 방문해야 하는데, 그들이 해외진료를 결심했을 때 병원을 먼저 정하는 게 아니라 나라를 먼저 선택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설명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현재 해외 주요 도시에 출장소 형식의 소규모 클리닉을 운영하는 다른 대학병원들도 지금 이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현지 외국인들보다는 교포들의 한국 방문 대기실 정도의 역할만 수행하고 있는 까닭이다.
아무리 좋은 서비스도 제공자가 미덥지 않으면 의심이 가는 법이다. 송 병원장이나 송 팀장의 지적처럼 환자가 되어 어쩔 수 없이 다른 나라 병원을 선택해야 할 때는 누구라도 그럴 것이다. 잘 알고 있는 의료산업 선진국을 먼저 정한 뒤, 그 나라에서 이름 있는 병원과 의사에 대한 정보를 찾을 게 분명하다. 이런 생각이 외국인이라고 다르겠는가.
의료관광 분야 종사자들은 외국인 진료 환자 수를 늘리겠다고 국내 병원들이 개별적으로 해외에 나가 아무리 ‘내가 최고’라고 외치며 호객 행위를 해봐야 소용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어떤 나라 출신인지도 모르는 판에 누가 그의 일방적인 주장을 귀담아듣겠느냐는 것이다.
일에는 개인 또는 기관이 할 게 있고, 정부가 해야 할 게 있는 법이다. 외국인 환자 유치 및 해외 병원 투자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법규를 현실에 맞게 정비하고, 한국이 어떤 나라인지 널리 알리는 것은 바로 정부가 해줘야 할 일이다.
“아직도 못사는 나라, 늘 전쟁 위험이 있는 아시아 변방의 한 국가란 인식이 외국인들의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한 의료관광입국, 메디컬 코리아는 절대 우리의 것이 될 수가 없다.” 미국과 일본 중동 중국 러시아 등 각국을 돌며 외국인 환자 유치 활동 현장에서 오랫동안 일해 온 송 팀장의 조언이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