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정운식 (9) 교회 출석 43년만의 세례… ‘성지순례’로 보답
입력 2013-04-10 17:18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나는 교회에 나가기 시작한 지 43년 만에 세례를 받았다. 여행업계에 발을 들여놓고, 서울항공을 창업하면서 끊임없는 하나님의 인도하심과 축복을 받았지만, 믿음보다는 일이 우선이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요즘은 ‘사업에만 매진하던 때 하나님이 나를 데려가셨다면 정말 큰일 날 뻔했다’고 아내와 농담을 주고받곤 한다. 부족했던 신앙을 생각하면 부끄러운 생각이 든다.
나는 2007년 7월 23일 서울 동작동 이수성결교회 임병우 목사의 집례로 세례를 받았다. 1960년 결혼 이후 4년 동안 이어진 아내의 기도와 전도 덕에 교회를 다니기 시작했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선데이 크리스천’에도 못 미치는 그저 형식적인 신앙생활을 해 왔다. 다만, 우리나라 교계를 상대로 회사를 운영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목회자와 교인들의 삶을 흉내 내려 노력은 했다.
세례에 앞서 나는 2007년 6월 성지순례 크루즈 여행 도중 예수를 진심으로 영접했다. 성지를 향하던 배 위에서 예수께서 나의 많은 죄를 위해 죽으시고 부활하셨다는 사실을 마음으로 깊이 받아들이게 됐던 것이다. 이날 나는 예수를 구주로 영접하고, 예수 안에서 진실로 거듭났다. 이로부터 한 달 뒤 세례를 받았다. 주님의 은혜와 사랑이 가슴 깊이 다가왔다.
사실 내가 진정한 믿음을 가지게 것은 새로운 사업 아이템 때문이었다. 2000년대 중반, 크루즈 여행이 여행업계의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었다. 20세기에는 미국 동남부 연안 카리브해가 쿠르즈 여행의 주요 코스였으나 21세기에는 호화유람선이 전 세계를 누비며 항공여행이나 철도여행의 빈 자리를 채웠기 때문이다. 항상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찾아왔기 때문에 나는 크루즈 아이디어를 놓칠 수 없었다. 사업초기부터 선교사 시장과 깊은 관계를 맺어 왔고, 또 교계에서 많은 일을 해 왔기 때문에 회사는 크루즈 여행상품으로 성지순례를 기획했다.
그렇게 출발한 것이 2007년 6월 극동방송과 함께 한 성지순례 크루즈였다. 550명이 탑승할 수 있는 1만2000톤 규모의 배에서 450명의 성도가 기독교 성지를 순례했다. 나는 이 대규모 성지순례에 ‘사도 바울의 발자취를 따라서’라는 이름을 붙였다.
12일간 이어진 크루즈 여행에서는 매일 아침과 저녁 예배가 이어졌고, 선상에서의 부흥회도 수차례 열렸다. 또 어린이합창단의 공연과 성도 간 교제의 시간이 항해의 순간순간을 아름답고 은혜롭게 채워갔다. 사실 크루즈 성지순례를 기획할 때만 해도 내가 성지순례를 통해 큰 은혜를 받으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그만큼 믿음이 성장하지 못했고, 바쁘다는 핑계로 믿음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해 은혜에 대한 기대감도 적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내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때에 나를 찾아 오셨다. 아니 늘 나와 함께 계셨지만, 성지를 향하는 배 위에서 하나님의 임재를 강하게 느끼게 하셨다.
성경에 등장하는 밧모섬과 크레타섬, 아시아의 일곱 교회와 사도 바울이 전도여행을 다니던 주요 도시 등을 차례로 방문했다. 성지에서 나는 2000년 전 예수께서 우리를 위해 얼마나 큰 사랑을 베푸셨는지, 그리고 얼마나 큰 희생을 치르셔야 했는지를 절절히 깨달을 수 있었다. 또 제자들이 고통 받고 탄압 받았던 장소에서 그리스도인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깊이 고민하게 됐다. 기업가로 참가했던 성지순례에서 나는 그리스도인으로 온전히 다시 태어났던 것이다.
정리=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