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 운영 ‘진술분석전문가’ 최유정씨 “성폭력 피해자 객관적 증언 도와드려요”

입력 2013-04-09 20:31


“아직 성폭력 피해자 모두가 진술분석전문가의 도움을 받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사각지대가 있는 상황에서 별도의 제도를 만들어 중복 지원을 하는 건 아닐까 걱정스럽습니다.”

2011년부터 진술분석전문가로 200여건의 사건에 참여한 대전원스톱지원센터의 최유정(33·사진)씨. 최씨는 8일 “최근 열린 진술분석 전문가 워크숍에서도 비슷한 우려가 많이 나왔다”며 “자칫 진술분석 전문가와 진술조력인이 한꺼번에 투입돼 하나의 사건에 대해 서로 다른 얘기를 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걱정했다.

여성가족부의 진술분석전문가제는 13세 미만 아동과 지적장애를 가진 성폭력 피해자가 경찰 조사를 받을 때 2차 피해를 막고 객관적 증언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법무부가 올해 도입키로 한 진술조력인제는 진술분석전문가와 비슷하되 조사에 직접 참여한다는 점이 다르다. 두 부처는 비슷한 제도를 각기 운영할 계획이다.

증언의 신빙성을 높이는데 최씨 같은 진술전문가의 역할은 크다. 최씨는 “질문에 사용하는 어휘, 질문시간 등을 조정하고 보호자 사전·사후 조사를 통해 피해자의 가정환경, 학교생활, 언어 및 인지능력 등을 철저히 파악한다”며 “이런 정보는 자기표현 능력이 떨어지는 어린이나 장애인의 진술이 얼마나 믿을만한지 신빙성을 확보하는 데 결정적”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조심해야 하는 것은 유도암시형 질문이다. 같은 진술이더라도 “그날 오후에 있었던 일을 말해줄래?”라는 질문에 답을 받은 것이라면 증거능력은 확실하다. 하지만 “오후 1시에 ○○할아버지가 너를 만졌지?”하는 식으로 유도형 질문을 던지고 답을 받은 경우에는 법원에서 다툼의 소지가 생긴다. 이런 식의 잘못된 유도심문 때문에 아동이나 장애인 성폭력 사건의 무죄율은 높은 편이다.

최씨는 “지적장애가 있는 피해자의 진술이 왔다갔다한다는 이유로 가해자가 끝까지 범행 사실을 부인한 사건이 있었다”며 “하지만 ‘가해자에게 특정 냄새가 났다’거나 ‘은색 돗자리를 폈다’는 식의, 피해자가 아니면 쓸 수 없는 진술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잘 설명해 1심에서 7년형이 선고됐다. 그런 도움을 줄 때 보람이 있다”고 말했다.

피해자의 진술 효력에 대해 증언하기 위해 최씨는 종종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한다. 최씨는 “소속, 주소가 다 노출되기 때문에 가해자나 가해자 가족으로부터 ‘가만두지 않겠다’는 협박을 자주 받는다”며 “신분을 노출시키지 않고 보호할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