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北風에 출렁대는 환율… 증시도 기업도 ‘어질’

입력 2013-04-09 18:40


환율이 춤을 추고 있다. 지난 1월 1050원선까지 추락했던 원·달러 환율은 석 달 만에 90원이나 치솟았다. 짧은 기간에 요동을 치는 환율 변화로 수출기업은 비상이 걸렸다. 특히 엔화 약세가 우리 수출에 미치는 피해는 갈수록 불어나고 있다. 엔화 가치가 달러당 100엔까지 떨어지면 우리 수출은 3.4%나 줄어든다는 잿빛 분석이 제기됐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9일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0.7원 내린 1139.4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환율은 1140.10원으로 지난해 7월 26일(1146.90원) 이후 처음으로 1140원 선을 넘어섰다. 불과 3개월 전인 1월 11일의 환율(1054.70원)과 비교하면 엄청난 변화다.

원화 가치는 달러화로 환산할 경우 올 초부터 지난 8일까지 6.10% 떨어졌다. 유로, 영국 파운드, 캐나다 달러, 중국 위안화 등 세계 28개 주요 통화 중 엔화(-12.87%)를 제외하면 가장 하락 폭이 크다.

연초에 거침없는 상승세를 보였던 원화 가치가 왜 갑자기 추락으로 돌변했을까. 대답은 미국의 경기 회복세에 있다. 미국은 경제에 활기가 돌면서 시중에 풀렸던 막대한 규모의 달러화가 빠른 속도로 회수되고 있다. 여기에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달러화가 다시 안전자산으로 인기를 모으면서 달러화 강세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달러화 가치가 올라가면서 원화 가치는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것이다.

또한 지난달부터 갈수록 수위를 높이는 ‘북한 리스크’가 원화 가치를 끌어내리고 있다. 외국인을 중심으로 원화 매도세가 강해지고 있다. 문제는 원·달러 환율만 널을 뛰는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원·엔 환율도 최근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고 있다. 우리 외환시장은 원화와 달러화만 거래된다. 이 때문에 원·엔 환율은 원·달러 환율, 엔·달러 환율을 감안해 간접 계산하는 재정환율(arbitrage rate)이다.

지난달 12일 100엔당 1139.29원이었던 원·엔 환율은 지난 2일 1201.55원까지 올랐다. 일본의 ‘엔저 공습’에도 불구하고 엔화 가치가 소폭 상승(원화 가치 하락)한 것이다. 하지만 원·엔 환율은 일주일 만에 1149.34원으로 다시 주저앉았다. 지난해 9월부터 이어진 일본의 양적완화가 어느 정도 수그러들면서 환율이 안정세를 찾다가 최근 일본 중앙은행이 공격적 양적완화 정책을 다시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북한 리스크로 고전하는 주식시장은 환율 때문에 더 크게 출렁이고 있다. 주식시장 변동성을 보여주는 지표인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 200)는 9일 종가기준 18.72를 기록했다. 지난해 10월 26일 19.00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코스피200 변동성지수는 옵션 가격을 이용해 투자자들이 예상하는 주식시장의 미래 변동성을 측정하는 지수다. 주가가 급락할 때 급등해 ‘공포지수’로 불린다.

이런 상황에서 수출기업은 원화 가치 하락과 엔저 현상이 겹치면서 난처한 상황에 빠져들고 있다. 원화 가치가 상승하는 데 맞춰 짠 수출전략은 대폭 수정해야 할 처지다. ‘엔저 충격’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아베노믹스가 국내 산업별 수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내고 “엔화가 달러당 100엔에 이르면 우리나라의 총 수출은 3.4%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일본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철강산업은 4.8%, 석유화학은 4.1%, 기계는 3.4%씩 수출이 준다고 관측했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