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단으로 갈라진 ‘철의 여인’ 업적 평가
입력 2013-04-09 18:39 수정 2013-04-09 22:28
‘철의 여인’은 떠났지만 그가 남긴 업적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으로 나뉘며 논란거리를 만들고 있다.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의 가장 큰 업적은 죽어가던 영국 경제를 ‘신자유주의’라는 메스로 살려낸 것이다. 그의 경제·사회 정책에는 ‘대처리즘’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대처는 강력한 노조 개혁을 단행했고 공기업 민영화, 재정 지출 삭감, 규제 완화 등의 정책을 밀어붙였다.
특히 가스 석유 철강 통신 항공 분야의 국영 사업체들을 민영화로 전면 개편했고 그의 민영화 정책은 전기와 상수도까지 이어졌다. 그 결과 취임 첫해였던 1979년 200만명에 달했던 국영기업 종사자는 88년 100만명으로 절반이나 줄었다. 같은 기간 마이너스였던 경제성장률은 5.2%까지 올라갔다. 대처리즘은 노동당 토니 블레어 총리 시절 영국의 경제 호황의 밑바탕이 됐다. 우파 진영에서는 영국병을 치유하고 영국을 다시 번영의 길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대처를 ‘위대한 개혁가’로 지칭하며 “대처가 정계에서 은퇴한 뒤 23년 동안 영국은 많은 국가들을 개혁으로 이끌며 부강한 나라가 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반대 진영의 생각은 다르다. 그의 신자유주의 정책들은 영국병의 근원을 치료하지 못했고 오히려 불평등을 심화시켰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영국 곳곳에서는 9일(현지시간) 대처의 죽음을 ‘환영’하는 수백명의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하기도 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칼럼을 통해 “대처리즘은 우리를 여전히 살해하고 있는 국가적 재난”이라고 혹평했다. 대처의 정책이 시행되기 전 영국은 서유럽에서 가장 평등한 나라로 여겨졌지만 현재는 가장 불평등한 나라에 속한다는 것이다. 켄 리빙스턴 전 런던 시장도 스카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영국이 현재 직면한 모든 문제의 책임은 대처리즘에 있다”고 말했다. 리빙스턴은 제조업 포기로 인한 실업자 양산, 주택 파동, 금융 위기 등을 예로 들었다. 가디언은 사설에서 “대처는 많은 면에서 아주 위대한 여성이었고 예외적으로 중요한 지도자였다”면서도 “대처의 유산은 공론 분열, 이기심, 탐욕에 대한 숭배였고 이 모든 것은 자유로웠던 인간 정신에 족쇄를 채웠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처의 무덤 앞에서 춤을 출 수는 없지만 국장(國葬)은 하지 않는 게 옳다”고 주장했다.
그의 사후 영국의 여론도 호의적인 평가가 압도적인 것은 아니다. 가디언이 대처 서거 당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처가 영국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평가해 달라는 설문에 50%가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안 좋은 영향을 미쳤다’는 응답은 34%였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