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A·후세인 ‘조세피난처 고객’

입력 2013-04-09 18:39

쫓고 쫓기는 관계였던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의 공통점은?

바로 유령회사를 통해 조세피난처를 악용했다는 점이다.

CIA는 해외에 ‘안전가옥(비밀감옥)’을 만드는 과정에서 조세피난처를 거쳐 자금을 조달했고, 후세인도 조세피난처를 경유해 공공자금을 유용했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8일(현지시간) 폭로한 자료에 따르면 CIA는 리투아니아에 비밀감옥을 설치·운영하기 위해 조세피난처인 파나마에 유령회사를 내세웠다. CIA는 2004년 3월 ‘엘리트 LLC’라는 회사를 통해 수도 빌뉴스 외곽의 승마 농장 부지를 매입했고, 이곳을 개조해 비밀감옥을 지었다. 이 회사는 파나마 소재 스타그룹 금융지주회사가 워싱턴에 등록한 유령회사로 수백개의 차명계좌와도 연관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비밀감옥은 테러 관련자들을 수감하고 고문하는 용도로 사용됐으며, 이후 이곳의 비인도적인 실태가 미국 언론을 통해 드러나면서 국제사회의 비난에 휩싸이기도 했다.

후세인 전 대통령은 조세피난처의 유령회사를 활용해 ‘유엔 석유-식량 맞교환 프로그램’으로 조성된 수십억 달러의 자금을 빼돌렸다. 후세인이 도용한 명의는 최소 1500개 기업에 쓰인 것으로 밝혀졌다.

ICIJ는 전 세계 170여개국의 정보기관과 국제 범죄조직들이 조세피난처를 통해 자산 은닉과 자금 유용, 역외 탈세 등을 일삼았다고 지적했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