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경비원만 출근… 남측 직원들 공장 지켜

입력 2013-04-09 18:20 수정 2013-04-09 22:08

북한의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 전원 철수’ 지침이 시행된 9일 낮 12시10분 경기도 파주시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CIQ)를 통해 귀환한 개성공단 남측 직원들의 표정은 극도로 굳어 있었다. 이들은 “북측 직원들이 실제 출근하지 않았고 남아 있는 남측 직원들은 그저 공장을 지키는 중”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날 남측 직원 69명이 입경했고 현재 개성공단에는 406명의 남측 근로자가 남아 있다.

귀환 직원들은 대부분 자동차에 공단에서 생산된 제품을 최대한 많이 싣고 왔다. CIQ를 지나는 차량마다 제품을 꽉꽉 채운 상태였다. 너무 많은 짐을 실어 닫히지 않는 트렁크를 끈으로 동여매거나 지붕에 상자를 높다랗게 쌓아올린 채 들어온 차량도 있었다. 입경 뒤엔 마중나온 회사 트럭에 제품을 나눠 싣고 서둘러 CIQ를 떠났다.

개성공단 의류업체 직원 윤모(45)씨는 “공장에 남아 있던 제품의 10% 정도를 가지고 왔다”며 “오늘부터 북한 직원들이 출근하지 않아 공장 가동이 완전 중단됐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우리 공장에는 남측 직원 2명만 남아 있는데, 이들은 공장과 기계를 지킬 최소 인원”이라고 설명했다.

돌아온 직원들은 현 상황에 대한 불안감을 표시했다. 한 직원은 “북측 근로자들이 안 나왔는데 어떻게 회사가 돌아가겠느냐”며 “모두 (공단에서) 나올 준비를 하고 있다. 상황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오후 2시10분 입경한 다른 업체 직원은 “업체마다 상황이 다른데 우리 회사의 경우 지금 있는 식자재로 1주일 정도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기다리는 일뿐”이라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2주 만에 입경했다는 금속업체 직원 지모(44)씨는 “북측 근로자는 아무도 나오지 않았지만 공장마다 배속된 1∼2명의 북측 경비원은 출근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공단에서 20일 만에 돌아왔다는 의류업체 직원은 “현재 개성공단 내 마트 3개 중 1개만 열려 있는 상태”라며 “가장 큰 부담은 심적인 문제와 먹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처자식을 먹여 살려야 하는 입장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어 답답하다”면서 “그동안 적자만 내면서 공장을 운영해 왔는데 이제 투자금도 회수하지 못하게 된 업주들 부담이 막대하다”고 했다. 또 다른 직원은 “결국 이렇게 될 거라고 예상했다”며 “이제 개성공단 정상화 문제는 정부가 알아서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파주=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