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개성공단 잠정폐쇄는 전쟁공포 전술”

입력 2013-04-09 18:16 수정 2013-04-09 22:14


한반도 전문가 켄 고스 美 CNA 국제관계 국장

미국의 저명한 한반도 전문가인 켄 고스 해군분석센터(CNA) 국제관계 국장은 북한의 개성공단 잠정 폐쇄 결정과 관련, 긴장을 고조시키기 위한 전술이라며 한국은 특히 향후 수주일간 매우 신중해야 하며 ‘자제(restraint)’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8일(현지시간) 국민일보와 가진 전화인터뷰 내용.

-이번 개성공단 폐쇄 결정으로 북한은 ‘레드 라인(red line)’을 넘었다고 봐야 하나.

“긴장을 더욱 고조시키기 위한 전술적인 측면이 강하다. 북한이 각종 도발 위협으로 이루려는 전략적 목표는 새로 출범한 박근혜 정부를 시험하고, 미국의 양보를 얻어내며, 김정은의 권력 정당성을 확보하는 등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이런 전략적 목표의 환경이 변화하거나 목적이 어느 정도 충족될 때까지 북한은 긴장을 고조시키는 도발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 최소한 한·미 합동 군사훈련이 끝나는 이달 말까지는 지켜봐야 한다. 특사 파견 등 막후 대화 제의를 해도 지금은 북한이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북한의 개성공단 폐쇄가 영구적인 폐쇄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미로 들린다.

“개인적으로 그렇게 믿고 있다. 최근 경제통인 박봉주를 총리로 임명하며 경제 문제 해결에도 주력할 뜻을 밝히지 않았나. 한·미 합동군사훈련이 끝난 뒤에 목적이 달성됐다며 공단을 정상화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북한 권력 내부의 역학(dynamics)도 중요하지만 한국이 어떻게 대응하는지도 결정적인 요인이 될 것이다.”

-미국의 많은 전문가들이 한계를 벗어난 북한의 도발 위협을 김정은의 젊음이나 성격적 특성과 연관지어 분석하고 있다.

“동의하지 않는다. 최근 북한의 공격적인 행보는 권력이 아직 공고하지 않은 김정은이 정치적 정당성을 획득하려는 목적과 관련이 깊다. 김정은은 할아버지 김일성이나 아버지 김정일이 집권할 때 이미 ‘최고 권력자(supreme power)’였다는 점과 크게 다르다. 김정은은 강력하고 노회한 군부와 북한 엘리트들에게 군대를 잘 통솔하고 외부의 위협에 당당히 맞설 수 있다는 것을 과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도발 위협이 어떤 형식으로 나타날 것으로 보나.

“우선 북한 권력 내부의 역학에 달려 있다. 김정은이 일련의 무력 위협으로 소기의 성과를 얻었다는 내부의 평가가 우세하면 핵 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시험처럼 한국이나 미국 등에 피해를 주지 않는 군사력 과시로 끝날 것이다. 하지만 군부 등 엘리트층의 평가가 부정적일 경우 연평도 포격 같은 과격한 도발 행위를 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에 대한 대응과 관련, 한국 정부에 충고한다면.

“앞으로 몇 주일간 아주 조심해야 한다.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 등에도 ‘자제’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한국 정부의 대응도 북 권력 내부의 역학 못지않게 향후 사태 전개에 결정적이다. 개성공단 폐쇄 얘기가 나왔을 때 인질 구출 작전 태세가 돼 있다고 한 국방장관의 발언 등은 바람직하지 않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