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낮추는 채동욱, 檢 체질개선 솔선
입력 2013-04-09 19:43 수정 2013-04-09 22:25
채동욱 검찰총장이 최근 대검 간부들에게 “경직된 조직문화를 재임 중 반드시 혁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취임 당일부터 ‘탈권위’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채 총장이 군대 조직과 비슷하다는 검찰 조직문화를 어떻게 바꿀지 주목된다.
채 총장은 지난 5일 취임 후 첫 소집한 간부회의에서 “발상의 대전환을 통해 ‘상의하달(上意下達)’이 아닌 ‘하의상달(下意上達)’의 민주적 소통문화가 뿌리내려야 한다”며 “대검뿐 아니라 전국 검찰청에서도 변화된 모습으로 일해 달라”고 말했다. 채 총장은 회의에 앞서 “양복 상의는 벗고 유연하게 하자. 가감 없이 의견들을 말하시라”고 당부했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대검은 채 총장의 발언을 ‘총장 당부말씀’ 형식으로 정리해 지난 8일 검찰 내부 게시판에 올렸다.
채 총장은 권위적 보고 관행, 상급자의 일방 지시만 있는 회의 방식, 선후배 간 비인격적 언행 등을 바꿔야 할 문화로 지적했다. ‘폭탄주’로 상징되는 검찰 회식문화 역시 개선 대상으로 꼽았다고 한다. 채 총장은 간부들에게 “의사결정을 할 때 윗사람만 쳐다봐서는 안 된다. ‘희다’고 생각하는 것을 윗사람이 ‘검다’고 한다고 해서 쉽게 바꿔서는 안 된다”고 주문했다.
채 총장은 “총장의 권한을 일선에 대폭 위임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우선 관행적으로 총장에게 보고해 오던 사안을 3분의 1 수준으로 줄이고, 보고 분량도 5분의 1 정도로 줄이도록 지시했다. 대검 관계자는 “참모들의 자율성과 권한을 존중할 테니 책임의식을 갖고 일하라는 취지”라며 “기존의 권위적이고 경직된 조직문화가 검찰 위기의 한 원인이라는 게 총장의 인식”이라고 전했다. 다른 검찰 간부는 “채 총장은 전임 한상대 총장 시절 (차장으로 있으면서) 총장이 사소한 사안까지 보고받고 결정할 때의 문제점들을 봐 왔다. 그에 대한 반작용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채 총장은 지난 4일 취임식 때도 단상 아래 일반 좌석에 앉아 있다가 발언 순서가 돼서야 단상에 올랐다. 취임식 마무리도 직원들이 줄지어 앞으로 나와 ‘신고’하던 관례를 깨고 총장이 출입구에 서서 식장을 나가는 직원들과 악수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채 총장은 지난 8일 주철현 강력부장 퇴임식 때도 직원들과 나란히 앉았고, 송별사 역시 직접 낭독했다. 그는 참모들에게 “‘쇼’하자는 게 아니다. 나부터 바꾸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검 한 간부는 “회의나 보고 때 확실히 분위기가 부드러워졌다”며 “총장이 솔선하고 있으니 점차 변화된 모습이 나타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