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의 두 얼굴] 카더라… ‘찌라시’의 바다
입력 2013-04-09 18:00
‘카더라 통신’으로 불리는 증권가 ‘찌라시’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무차별 유포되고 있다.
찌라시는 1980년대 후반 증권사 직원들이 기업 주변의 소문을 수집하면서 시작됐다. 투자가 목적이어서 이들은 수집된 정보의 외부 유출을 꺼렸다. 90년대부터 사정기관, 국회 보좌관, 기자, 기업체 정보 담당 직원 등이 가세했고, 2000년대 들어선 아예 돈을 받고 찌라시를 유통하는 사설 정보지 업체가 등장했다. 가격은 중소업체의 경우 한 달에 30만∼50만원, 전문 업체는 1년에 600만∼800만원에 판매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예 찌라시 서문에 ‘본 정보는 심각한 명예훼손을 야기할 수 있다’고 적어놓은 업체도 있다.
찌라시가 일반인에게도 확산된 건 SNS가 등장하면서부터다. 증권사 직원, 정치권 인사 등 일부 직업군에서 유통되던 ‘루머성’ 정보의 확산 속도도 급속히 빨라졌다. 작성자도 다양해졌고, 유포 과정에서 일반인들까지 근거 없는 내용을 덧붙여 재생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최근 ‘사회 지도층 성접대 의혹’이 불거지자 SNS에는 ‘성접대 리스트’라며 최소 5가지 찌라시 내용이 유포됐다. 지난주 성폭행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배우 박시후(35)씨 사건도 찌라시를 인용한 루머들이 SNS를 도배하다시피 했다. 한 네티즌은 “그냥 지어낸 얘기에 ‘받은 글’(찌라시 내용임을 뜻하는 SNS 관용어)이라고 적어 메신저에 뿌려봤더니 다시 내게로 고스란히 돌아오는 데 10분도 안 걸렸다”고 했다.
그러나 찌라시 정보는 사실무근인 경우가 허다하다. 한때 ‘프로포폴 상습 투약 연예인 명단’이란 찌라시 정보가 퍼졌지만 검·경 수사 결과는 크게 달랐다. 성신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심상민 교수는 9일 “찌라시와 SNS를 의도적 여론 왜곡에 활용하기도 한다. 사회 전체가 잘못된 정보에 놀아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