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人터뷰] 이상돈 새누리당 전 비상대책위원 “朴정부, 경제민주화·복지등 약속 지켜야 성공”

입력 2013-04-09 17:41 수정 2013-04-09 17:54


지난해 4·11 총선과 18대 대선 당시 새누리당 선거캠프에서 호된 시어머니 노릇을 했던 이상돈 전 중앙대 교수는 요즘도 쓴소리를 입에 달고 살다시피 한다. 선거 후 새누리당 당직에서 물러나고, 중앙대에서도 퇴직해 야인이 됐지만 그는 현 정부를 향한 고언을 계속하고 있다. 이 전 교수는 특유의 거침없는 화법으로 지난 4일 인터뷰를 시작했다.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문제에 대해 “과장도 못할 것 같은 사람을 어떻게 뽑았는지 모르겠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김병관 국방장관 후보자와 김학의 법무차관 낙마 사태에는 “모두 고교 동문인데 어떻게 경기고 출신 중에도 안 좋은 인물들만 쓰는지 모르겠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그는 새 정부의 인사에 대해 “개혁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는 실패작”이라고 말했다.

만난 사람=김의구 논설위원

-정부조직개편 협상이 많이 늦어졌다. 인사검증의 문제도 잦은데?

“정부조직을 바꾸는 것은 시간을 두고 중지를 모을 사안이다. 대통령 취임 전 개편은 좋지 않은 관행이다. 선진국에서는 없는 사안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실패도 거기서 비롯됐다. 이번 개편의 핵심은 미래창조과학부인데 첫 번째 장관 후보자가 낙마했고, 두 번째 후보도 신망을 얻지 못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초대형 부서는 성공한 적이 없다. 미국 정부에서 가장 경쟁력이 있는 부서는 통상대표부(USTR)다. 인원이 적은데도 세계 각국을 상대로 미국의 이익을 관철한다. 임무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상무부는 거대하지만 직원들 업무가 혼선을 빚고, 근무태도가 해이해 대조를 이룬다.”

-새 정부 출범 과정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인사 잘못이 제일 크다. 인사는 정권의 컬러를 내보이는 것이다. 대통령은 인사를 통해 의지를 보여준다. 김영삼 정부 때는 개혁 성향의 특보를 뒀고, 한완상 부총리 겸 통일부 장관이 있었다. 김대중 정부 때는 천용택 이종찬 김중권 등을 포진시켜 안정감을 주는 데 성공했다. 노태우 정권 초기 내각에도 무게감 있는 강영훈 총리가 있었다. 현 정부에서는 개혁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는다. 대통령이 약속했던 투명하고 깨끗한 정부는 검찰 개혁, 부패 척결 의지 등인데 국민들이 느끼지 못하게 됐다. 대형 로펌 회전문 인사는 가장 투명하지 않은 인사다.”

-새 정부가 비틀대는 원인은?

“보좌하는 사람도 대통령이 쓰는 것이다. 성공을 위해서는 좋은 사람을 지근에 두고 권한을 많이 위임해야 한다. 수석들이 서로 경쟁하며 논쟁을 통해 의사결정을 내리도록 하고 의견 통합이 안 될 때 대통령이 결정하면 된다. 대통령이 먼저 결론을 내려서는 성공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의회, 언론과의 소통이다. 로널드 레이건은 의회 지도자들과 수시로 전화를 했다. 매서운 언론과의 인터뷰도 유머를 섞어가며 웃으며 했다. 국민들은 그런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 대통령은 아무리 어려워도 미소를 갖고 국민을 대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언론과 친숙한 대통령이 되기를 기대한다.”

-청와대가 어떻게 보좌해야 하나?

“대통령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리처드 닉슨은 국내 정치 분야의 고향인 캘리포니아 출신들을 대거 심었다가 워터게이트로 낙마했다. 지미 카터도 조지아 출신만 써서 실패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 때는 청와대에 김학준 노재봉 김종인이 있었다. 지금은 그런 사람이 없다. 어떻게 비서가 인사 실패에 사과하는가. 의정부 법조 비리 사건 당시 법원행정처장이 사과를 했다가 여론의 비판을 받고 대법원장이 다시 사과를 했었다. 비서가 사과를 하고 그것도 대독을 시킨다면 비서 자격이 없는 거다.”

-박근혜 정부가 성공하려면?

“박 대통령이 총선, 당내 경선, 대선 출마 선언 당시 국민들에게 약속한 것을 지켜야 한다. 100%는 아니더라도 70, 80%는 지키려 노력해야 성공할 수 있다. 지난 1년간 박 대통령이 약속했던 것은 경제민주화 복지 일자리 그리고 깨끗하고 투명한 정부였다. 초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

-경제 상황이 어려워졌는데.

“경제민주화가 경제 죽이자는 것은 아니다. 대기업의 지나친 확장은 문제다. 경제부총리,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걸어온 길이나 철학이 대통령의 초심과 부합되지 않는다. 부동산 대책은 부를 상속하려는 자에게만 유리하게 돼 있다.”

-북한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하나.

“내 분야가 아니다. 인내심 갖고 버텨야 한다고 생각한다.”

-박 대통령과 알게 된 것은?

“2010년 3∼4월쯤 소규모 모임에서 뵈었고 이후 비대위원에 임명되기 전까지 몇 차례 만났다. 내가 쓴 4대강 비판 칼럼 등을 유심히 봤던 것 같다.”

-한인섭 서울대 교수가 “김종인 이상돈 안대희 총선+대선에서 간판용으로 써먹었는데 승리하고 나니까 입 싹 씻네요”라고 했는데 결별한 건가?

“난 결별선언한 적 없다. 김종인 박사는 심경이 복잡할 것이라고 미뤄 짐작한다. 이번 재·보선에서 이준석 노원병 공천 이야기가 나왔는데 말도 안 되는 소리다. 허준영 전 경찰청장은 총선 때 강남에 나오려 했는데 전략공천을 한다며 강북으로 보냈다. 그런데 다른 사람을 공천하는 것은 신뢰를 저버리는 일이다.”

-쓴소리를 너무 자주 해 경원시되는 것 아닌가?

“I don’t care(신경 쓰지 않는다). 박 대통령이 지난 1년간 보여준 모습은 결코 보수편향이 아니었다. 19대 총선에서 야당 후보의 막말 파동이 났을 때도 색깔론을 극히 자제했다.”

-극우에서는 위장 보수논객, 친노종북이라는 비난까지 하는데.

“박 대통령은 2011년 11월 대담에서 ‘매사를 진보 보수니 하지 말자’고 한 적이 있다. 총선 직전 한 보수논객이 ‘박근혜는 보수의 수치’라고 한 적도 있다. 그런 극단적 보수는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 국민을 이길 수는 없기 때문에 좌우 25%를 빼고 가운데 50%를 보고 정치를 해야 한다. 보수는 반성해야 한다. 병역기피가 속출했고 사고가 단순하다. 우리 보수 진영에서 보수를 대변할 사람이 있는가? 보수는 전통을 강조한다.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이 ‘맞벌이 부부 아이에겐 국가가 엄마가 돼 줄 것’이라고 했는데 노무현 전 대통령도 ‘아이 맘 놓고 낳으십시오. 노무현이 키우겠습니다’고 했었다. 이건 지나치게 나가는 것이다. 아이는 당연히 엄마가 키워야 한다. 기초노령연금도 원칙에 맞지 않다. 이런 건 한번 결정해서 나가면 다시 거둬들일 수 없으니 유의해야 한다.”

-기초노령연금은 대선 공약이었는데.

“난 공약작업은 안 했다. 정치쇄신 분야 공약에서도 국회의원 상향공천이나 기초단체장 무공천에는 반대다. 현역이 재공천 받게 되거나 지방토호들 판이 된다. 현 단계로서는 이르다. 공천권이 없으면 대통령에게 힘이 없어진다. 하향공천은 새 인물을 넣을 수 있는 기능도 있다.”

-중앙대 교수를 그만두게 된 것은.

“심리적 부담이 많았다. 새누리당 비대위원 될 때 대선까지 갈 것 같아 교수는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다. 법학교수 30년 했으면 많이 했다. 요즘 ‘갭피아(gapia=gap+utopia)’를 즐기고 있다. 서울대 마치고 해군에 가기 전 잠깐과 1983년 박사학위 하고 9월 중앙대 교수에 임용될 때 잠깐 외에 여유를 갖고 쉬어본 적이 없는 거 같다. 더 늦기 전에 등산을 해보려 한다.”

-퇴임 후 역사·정치 책을 쓰겠다고 했는데 진척은?

“새로운 책을 쓰는 건 아니고 읽은 책을 정리해 내는 것인데 올 가을에 나올 거 같다. 레이건 전기나 1980년대 상황, 존 F 케네디 암살 당시 미국 같은 걸 정리해보고 싶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역사를 너무 모른다. 진보는 왜곡된 역사를 알고 있고, 보수는 역사를 아예 모른다. 레이거노믹스가 실패한다고 했지만 성공했다. 금리 내리는 데 반대한 폴 볼커 미 연준 의장을 당시 공화당 의원들은 공적 1호라 불렀지만 레이건은 그를 존중했다. 고이자를 유지해 구조조정을 했고, 중동 달러가 대거 유입되며 투자가 이뤄졌다. 그걸 조지 부시는 거꾸로 했다. 경제가 나쁘다며 이자율을 0%로 낮췄는데 조정을 받아야 했던 집값이 나중에 폭락하면서 경제가 거덜이 났다. 역사를 모르고 정치하면 이 모양이 된다. 한국은행 총재에 금리 내리라고 압박하는 건 역사를 모르는 것이다. 프랭클린 루스벨트도 그렇고 에이브러햄 링컨도 그렇고 대통령은 어려울 때 국민들에 인내심을 요구할 수 있다고 본다.”

-4대강 사업을 일관되게 비판해왔는데 전공이 국제환경법이어서인가?

“건설교통부 산하에서 모든 주요 하천정책을 결정하는 중앙하천관리위원회 위원으로 노무현 정권 때부터 6년간 일했다. 비공학도면서 위원이었고, 위원들 중 유일하게 이름 내놓고 4대강에 반대했다. 4대강에는 국비와 공공예산까지 35조가 들어갔다. 차세대 전투기 150∼200대를 들여와 동북아 세력 균형이 바뀔 수도 있는 엄청난 돈이다. 그런데 해놓고 보니 쓸데가 있는가.”

-존경하는 인물이 있다면?

“레이건, 미국 보수 칼럼니스트 윌리엄 버클리, 법학자로는 알렉산더 비켈이다. 비켈은 존 로버츠 현 미 대법원장이 가장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했던 사법적 보수주의와 정치적 자유주의가 혼합된 인물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화가 춘곡 고희동 화백이 외조부라는데.

“외조부는 선교사에게서 프랑스어를 배웠다. 장면 총리와 가까워 4·19 이후 민주당 참의원을 지냈다. 외증조부(고영철)는 한국인 최초로 중국 텐진에서 영어를 체계적으로 배워 1883년 민영익 유길준 등과 사절단인 보빙사로 미국에 파견된 분이다. 이후 영어학당을 운영했고 군수도 지냈지만 일사늑약 후 두 분 모두 공직을 그만 뒀다.”

김의구 논설위원 egkim@kmib.co.kr

■ 이상돈 전 비대위원은

2011년 12월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으로 영입돼 총선까지 5개월간 활동했다. 박근혜 경선 및 대선 캠프에서 정치발전위원, 정치쇄신특별위원을 지냈다. 대표적인 보수 논객으로 통하면서도 개혁적 성향 때문에 보수 진영으로부터 비판을, 진보 쪽으로부터 호평을 받기도 한다.

△1951년생(부산) △서울 경기중, 경기고, 서울대 법대 △미국 튤레인대, 마이애미대 법학석사 및 튤레인대 법학박사 △1983∼2012년 중앙대 법과대 교수, 2001∼2003년 법과대 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