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개성공단 파탄나면 남북관계 회복 어렵다
입력 2013-04-09 20:30
입주 기업 피해 없도록 정부 최선 다해야
개성공단이 출범 후 처음으로 조업이 잠정 중단되는 최대 위기 상황을 맞은 것은 전적으로 북한 책임이다. 대화와 협상을 이끌어내려는 벼랑 끝 전술로 보이지만 정부로서도 자존심을 지키는 동시에 북의 모략에 넘어가서는 안 될 것이다. 무엇보다 남북협력의 상징인 개성공단을 정상화시키는데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
우리로서는 섬유와 기계·금속, 전기·전자 업종을 비롯한 100개가 넘는 제조업체가 조업이 중단됨에 따라 하루 14억여원에 달하는 손해를 입게 됐다. 조업이 단시일 내 재개되지 않을 경우 연간 매출 손실액은 2조원대에 이른다고 한다. 중견 제조업체야 견딜 수 있다지만 후발 영세기업들은 최악의 경우 도산할 수도 있다. 정부가 입주 기업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까닭이기도 하다.
북한의 1∼3차 핵실험과 천안함 폭침 및 연평도 도발 때도 문을 닫지 않았던 개성공단이 가동을 멈춘 것은 남북 모두에 득이 되지 않는다. 적지 않은 수입을 개성공단으로부터 얻어온 북한이 여러 가지 이유를 대며 폐쇄의 빌미로 이용하고 있어 앞날이 매우 불투명하다. 북한의 경제사정이 생각보다 어려워 공단 잠정 폐쇄를 지구전으로 연결할지 주목된다.
개성공단은 북측이 근로자를 철수하지 않더라도 방문 차단 조치가 장기화될 경우 원자재 부족 등으로 사실상 기능이 마비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노동당 비서가 현지를 방문한 것은 기만책에 불과하다. 새 정부의 대북 정책을 시험하기 위해 대남 협박용 다단계 전략을 세워놓고도 거짓 제스처를 취했다는 뜻이다.
강조하고 싶은 대목은 개성공단을 두고 우리 내부의 여론이 갈리는 현상은 절대로 없어야 한다는 점이다. 일부에서는 매년 거액이 북으로 흘러가 결과적으로 독재 권력의 유지와 핵무장 등에 사용됐다는 점을 들어 정부의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 개성공단의 운명을 북한의 처분에 맡겨 계속 끌려가는 것이 못마땅하다는 논리다. 그렇지만 북으로서도 군사적 요충지인 이 곳을 양보하는 등의 조치를 취한 점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우리 스스로 대화의 물꼬를 막는 우를 자초할 필요는 없다.
정부도 어제 개성공단이 정상 운영돼야 한다는 입장을 천명하면서 북한이 올바른 선택을 하도록 촉구했다. 북한이 비핵화의 진전 등 옳은 선택을 할 경우 대북 인도지원과 낮은 수준의 남북경협 등이 골자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도 포기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한다. 북의 위협에는 단호하게 대응하되 남북 대화의 창까지 닫지는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것이다.
이번 북한의 개성공단 폐쇄 위협을 볼 때 앞으로의 남북관계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요구된다는 점이 확실해졌다. 적어도 짧은 시일 안에는 북의 위기 조성 후 타협과 지원이라는 고전적인 방식이 변하지 않을 것이란 점을 염두에 두고 참신한 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북의 협박을 남북관계의 상수로 놓고 변수를 다양화하는 지혜를 모아 한반도의 평화를 정착시키는 깊이 있는 안이 마련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