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北·엔저 리스크’ 관리 못할 것 없다

입력 2013-04-09 20:27

자본·외환시장이 불안한 모습이다. 코스피지수는 연중 최저치를 이어가고 있으며 원·달러 환율은 오름세(원화가치 하락)다. 지난 연말까지만 해도 코스피지수는 외국인자본 유입이 이어지면서 유동성 장세로 인한 상승세를 보였으며, 원화가치는 오름세(원·달러 환율 하락)를 걱정했었는데 지금은 정반대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올 들어 외국인투자자들은 증시에서 5조원 이상을 순매도했다. 대대적인 양적완화 정책에 힘입어 외국 자본이 몰려들면서 지난 6개월 사이에 무려 50%나 오른 일본 닛케이지수를 비롯해 선진국 주식시장이 달아오르는 것과는 매우 대조적인 모습이다. 올 2월의 3차 핵실험을 비롯, 북한의 거듭된 도발 압박과 전쟁 불안감 조성 탓이 크다.

코스피지수는 연초 2000선 전후에서 하락세로 기울었으나 새 정부 출범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하면서 2월 말과 3월 초 2000선을 다시 돌파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어지는 북한의 억지 주장과 극단적인 협박 발언에 떼밀려 추세적인 하락세를 못 벗고 있다. 4월 들어서만 외국인 매도세가 2조원으로 급증하고 있다는 점은 대단히 우려되는 조짐이다.

환율은 북한 리스크뿐 아니라 일본의 대대적인 양적완화에 따른 엔저(低) 정책에 휘둘리고 있다. 북한 리스크로 인한 외국인들의 ‘팔자’가 계속되면서 원화가치는 하락세로 이어진다. 여기에 일본의 과도한 엔저 정책으로 한국 경제가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안팎의 시각들이 원화가치 하락을 주도하고 있어 당분간은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올 들어서만 달러 대비 엔화가치 하락폭은 12.9%에 이른데 비해 원화가치는 하락폭이 6.1%에 불과했다.

북한 리스크와 엔저 정책은 둘 다 우리가 직접 조율할 수 없는 외부환경이라는 점에서 사실상 속수무책이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북한 리스크는 따지고 보면 한반도의 태생적 한계로서 처음부터 노정된 것이며 최근 들어 북한이 과도한 몸짓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에 다소 부풀려져 보이는 측면이 적지 않다. 우리가 의연하게 대처하는 것 이상으로 한국 경제가 북한 리스크를 충분히 관리할 수 있으리란 점을 믿도록 대내외적으로 적극 홍보할 필요가 있다.

엔저 정책으로 인한 환율 불안도 마찬가지다. 원·엔 환율이 하락하고 있어서 일본 수출상품과 비교해 가격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점을 내세워 비관적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상 지금의 엔저 흐름은 어느 정도 정상화 과정임을 감안해야 한다. 2008년 9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엔화가치가 지나칠 정도로 급등한 탓에 우리 경제가 상대적으로 이익을 봤던 시기가 끝났음을 의미할 뿐이다. 차제에 기업들은 지금 상황을 비가격경쟁력 강화의 계기로 삼아 환율 문제를 극복해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