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서 속의 희망의 아포리즘… ‘인생-그림으로 읽는 전도서’

입력 2013-04-09 17:26


인생-그림으로 읽는 전도서/이성표 글·그림/홍성사

흔히 구약 성경 전도서라고 하면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다’(1:2)는 메시지를 떠올린다. 특히 전도서를 처음 읽는 사람은 인간이 겪는 회의와 좌절이 삶의 허무로 그대로 이어진다는 것을 확인한다. 그러나 전도서 중반을 넘어가면 허무를 극복하는 말씀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삶의 무상을 확인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이겨내는 희망의 아포리즘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쓰러질 수밖에 없는’ 인생이 하나님으로 인해 기쁨으로 충일할 수 있다는 것이 전도서의 핵심인 셈이다.

이 책은 30여년 경력의 국내 대표적인 일러스트레이터인 저자가 창작 과정에서 느낀 공허와 하나님 속에서 희열을 찾아내는 자신의 신앙고백을 ‘글과 그림’으로 엮은 작품이다. 그는 늘 하나님 앞에 서면 ‘나는 주님께 무엇일까’를 묻고, 완성된 작품 앞에서는 ‘내 그림은 하나님께 어떤 의미일까’를 성찰해 왔다. 오랜 질문과 기도 가운데 저자는 전도서를 통해 ‘주 하나님을 두려워하고 주님의 계명을 지키는 것이 우리의 본분임’(12:13)을 다시 돌아보았다. ‘부족하고 연약하고 흔들리는 인생’이지만 하나님을 확인하면서, 관계 회복을 간구하는 피조물로서 위로받을 수 있었다는 것이 그의 고백이다.

이 책의 일러스트는 저자가 전도서를 읽고 묵상하며 상상으로 그렸다. 수채화 같은 청량한 색감으로 독자들의 눈은 물론 마음까지 포근하게 감싸준다. ‘시처럼 그리고 싶었고 그림에 평화가 깃들게 하고 싶었다’는 작가의 말이 허언이 아님이 확인된다. 전도서 말씀은 원문을 다듬고 또 다듬어 일상 언어에 가깝게 다시 옮겼다. 많은 성경 버전을 바탕으로 신학교수의 도움을 얻어 히브리 원문의 의미를 최대한 살렸다. 진리의 말씀에 동화 같은 그림이 곁들여져 성경읽기에 새로운 맛을 느끼게 한다.

“작업하느라 보낸 3년 남짓한 시간은 하늘의 텍스트와 땅의 그림이 나란히 가는 은혜의 시간이었다. 전도서를 읽는다는 것은 뒤편에 계신 하나님을 함께 느낀다는 마음이었다”고 저자는 털어놨다.

홍익대 미대와 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1982년 잡지 ‘마당’을 시작으로 많은 신문과 잡지 단행본 그림책 광고 등에 작품을 발표해 왔다. 2005년에는 그림책 ‘호랑이’로 한국출판문화대상을 수상했으며 2008년 작품집 ‘이성표’, 2009년 에세이집 ‘런치타임’을 출간한 데 이어 2011년 10월에는 개인전 ‘인생’을 열었다. 현재 한국일러스트레이션학교에서 ‘내 목소리로 말하기’를 강의하고 있다.

정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