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마지막 끈’마저… 대화단절 장기화 불가피

입력 2013-04-08 22:27


북한이 8일 마지막 카드라고 여겨졌던 개성공단에 대해 잠정중단과 근로자 철수를 선언하면서 남북관계가 전면 단절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정부가 “선(先) 대화 제안은 없다”고 선을 그어 놓은 만큼 당분간 양측 간 대화 실종도 장기화가 불가피하게 됐다. 남북 간 대화와 관계 단절이 지속될 경우 박근혜 대통령이 내세웠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도 위기를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청와대는 김양건 노동당 대남담당비서 명의의 담화가 발표되자 즉각 박근혜 대통령에게 이 사실을 보고한 뒤 국가안보실 회의를 긴급 소집했다.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주철기 외교안보수석 등이 참석한 회의에서는 북한 의도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북한 군 움직임 등을 점검했다. 박 대통령은 적절하고 차분한 대응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은 “국가안보실이 중단 없이 계속 가동돼 북한 상황을 긴밀하게 살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변인은 “어제 김 실장이 밝힌 당분간 대화 제의는 없을 것이란 입장에서 바뀐 게 없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회의 내용은 알려드릴 수가 없다”고만 답했다. 다만 “청와대와 통일부 등 외교안보 관련 부처들이 의견을 모으고 있는 만큼 북한 의도가 정확하게 파악되면 정부 입장이 발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통일부와 외교부, 국방부 등 외교안보 관련 부처들은 북한의 중단 선언 의도를 분석하는 작업에 몰두했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했다가 오후 6시쯤 급히 세종로 정부서울청사로 복귀했다. 외통위 소속 국회의원들은 류 장관을 상대로 질의하다 북한의 개성공단 잠정중단 발표 소식이 전해지자 민주당 박병석 의원의 의사진행 발언으로 서둘러 산회했다.

정부는 북측이 지난 3일 우리 측 인원의 개성공단 통행을 제한하자 줄곧 “통행 정상화를 먼저 해야 한다”며 당국간 대화 재개나 특사 파견은 없다는 입장이었다. 북한이 상황을 더 악화시킨 마당에 우리 측이 기존 태도를 바꾸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도 이런 맥락이다. 통일부가 오후에 발표한 성명에도 정부 원칙이 담겨 있다. 우선 개성공단 체류 우리 국민의 신변안전과 재산보호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것 외에 우리가 먼저 북측에 손을 내밀지는 않겠다는 스탠스다.

그러나 박근혜정부가 개성공단의 ‘안정적 유지·발전’을 표명해온 만큼 경색된 남북관계를 뚫을 묘안을 짜낼 가능성도 있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