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갈데까지 가나…” 입주업체들 충격

입력 2013-04-08 22:28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북측 근로자를 모두 철수시키겠다고 북한이 8일 오후 발표하자 우리 측 입주 업체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오전 김양건 북한 대남담당비서가 개성공단을 방문했을 때만 해도 입주 업체들은 ‘조만간 통행제한 해제 조치가 나오지 않겠느냐’며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하지만 불과 몇 시간 후 기대와 다른 내용이 전격 발표되자 우려했던 최악의 사태가 벌어졌다며 참담해했다. 대부분 입주업체들은 “개성공단은 더 이상 복구될 수 없을 것”이라며 절망적인 전망을 내놨다.

한 입주업체 사장은 “우리 회사는 남측 근로자 10명을 뺀 나머지가 북측 근로자”라며 “종업원 없는 공장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토로했다.

개성공단기업협회 등 관계 기관과 입주업체들은 거래처와 회의를 열고 개성공단 내 우리 측 근로자 신변과 안전문제를 확인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일부 업체들은 우리 측 근로자 철수를 서둘러 결정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등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는 모습을 보였다.

A기업 관계자는 “개성공단 내 15명 중 3명만 남기고 9일 들어온다”고 밝혔고, B기업 대표는 “공장 가동 중단 또는 폐쇄 등 최악의 상황을 고려해 다른 나라로 생산처를 옮기는 등 대책을 세워둔 상태”라고 말했다.

현재 입주기업 피해 규모에 대해서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4조∼6조원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개성공단 내 인프라 구축과 설비 투자에 들어간 돈과 123개 입주기업들의 생산 중단 시 발생하는 피해, 원자재를 납품하는 국내 협력사 3000여개의 피해 규모 등을 모두 합한 금액이다.

대부분 입주기업은 공단의 가동 중단사태에 대비해 수출입은행의 ‘남북경제협력보험’에 가입돼 있다. 하지만 이는 설비 투자에 대한 보험으로 기업의 신뢰도 추락이나 생산 차질에 따른 실질적 피해는 보상받을 수 없다.

한편 북한이 우리 측 입주기업들에도 10일까지 철수해 달라고 ‘최후통첩’을 했다는 일부 보도와 관련, 개성공단기업협회 한재권 회장은 “북측이 근로자 철수 결정과 함께 남측 기업 관계자들에게 남쪽으로 내려갈 인원이 몇 명인지 파악했다”면서 “하지만 남측 근로자 철수를 통보한 것은 아니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