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아버지 유훈사업까지 싹둑… 군부 입김說도
입력 2013-04-08 22:24
북한이 8일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를 전원 철수시키면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훈사업까지 접을 수 있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체제를 위해선 남북관계 단절은 물론 돈줄까지 포기할 수 있다는 얘기다. 북한이 북측 근로자를 철수시킨 이유는 일단 자존심 문제 때문으로 보인다. 그동안 북한은 개성공단과 관련해 여러 차례 ‘존엄’을 강조했다. 특히 ‘돈줄’ ‘달러박스’라는 말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다.
북한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은 지난달 30일 대변인 담화에서 “우리의 존엄을 조금이라도 훼손하려 든다면”이라는 전제를 달아 처음으로 폐쇄를 언급했다. 또 개성공단 잠정 중단 담화를 발표한 김양건(사진)노동당 대남담당 비서도 “돈줄이니 억류니 인질이니 하면서 우리의 존엄을 모독하는, 참을 수 없는 악담을 계속 해대고 있다”고 주장했다. 구걸하는 모양새를 대외적으로 보이지 않겠다는 것이다. 잇단 전쟁 위협과 개성공단 통행제한 등에도 한·미를 비롯한 국제사회가 대화에 적극 나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오히려 압박을 계속하자 더욱 강력한 카드를 꺼냈다는 관측이다.
아울러 북측이 남북 갈등의 완충지대 역할을 하던 개성공단을 잠정 중단시킨 것은 그만큼 군부 강경파의 입김이 세졌다는 걸 의미한다. 특히 대남 온건파로 분류되던 김 비서에게 직접 철수 메시지를 발표하게 했다. 북한 지도부가 강경일변도로 뭉쳐 있다는 점을 과시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는 북한이 남쪽의 태도를 봐가면서 개성공단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일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이 이번 조치를 굳이 ‘개성공단 잠정 중단’이라고 부른 것도 이 때문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아직 북한이 남한 직원 철수를 요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북한은 상황에 따라 잠정 철수에 이어 부분 철수, 완전 철수, 최종적으로 폐쇄 단계를 밟아가며 대남 압박을 높일 전망이다.
북한이 개성공단의 정상화보다는 아예 완전 폐쇄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적지 않다. 북한은 김 비서가 개성공단을 방문한 뒤 평양에 복귀하기도 전에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단 방문 사실을 보도했다. 이어 불과 5시간 만에 담화 형식으로 북측 근로자를 철수시킨다고 선언했고, 그 직후 수만 명의 근로자들이 썰물처럼 공단을 빠져나갔다. 일사천리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 위에서부터 큰 흐름이 있고, 그 속에서 (아래는) 마냥 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