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전면철수 소식에 입주기업 당혹… 귀환 근로자 초췌

입력 2013-04-08 22:24

북한의 개성공단 통행제한 엿새째인 8일 오후 5시30분 개성공단 남측 직원 29명이 경기도 파주시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CIQ)를 통해 귀환했다. 이들은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가 전원 철수한다는 소식을 모르고 있었다. CIQ에 와서야 알게 된 이들은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한 근로자는 “개성공단에서 출발할 때만 해도 북한 근로자 전원 철수 소식을 전혀 몰랐다”며 “답답한 상황”이라고 했다. 다른 업체 직원은 “결정된 게 없어 말할 것도 없다”며 서둘러 CIQ를 빠져나갔다. 일부는 소식을 듣자마자 CIQ의 현대아산 사무실과 개성공단관리위원회로 달려가 상황을 파악하며 대책을 협의했다.

북한의 ‘철수’ 발표에도 예정됐던 인원 외에 추가로 귀환한 남측 근로자는 없었다. 현재 개성공단에는 여전히 우리 측 근로자 475명이 남아 있다. 개성공단에서 주방용품을 생산하는 업체 직원 정모(63)씨는 “북한 직원들이 철수한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개성 주재원에게 전화했는데 별다른 이상은 없다고 했다”며 “북한 직원들은 철수 소식을 들은 뒤에도 특별한 동요 없이 주어진 작업량을 마쳤다고 한다”고 전했다.

오후 5시쯤 북측 근로자 전원 철수 소식으로 분주해지기 전까지 CIQ는 지난주보다 부쩍 한산해진 모습이었다. 통행 재개를 기대하며 새벽부터 줄서곤 하던 원자재·식품·가스 운송 트럭들은 CIQ로 가는 통일대교에 진입하지도 않은 채 잠시 머물다 돌아갔다. CIQ에서 출경을 기다리던 개성공단 입주업체 직원들도 통행불가 소식에 일찌감치 발길을 돌렸다.

오후 2시부터 남측 근로자의 귀환이 시작돼 모두 39명이 돌아왔다. 하나같이 초췌한 모습에 극도로 말을 아꼈다. 한 직원은 “(개성공단에 대해) 이야기를 자제하라고 했다”며 “서로 불편한 점이 있으니까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전자부품 업체 직원 김모(45)씨는 “생산이 불가능해 휴무 중인 업체가 16곳이 넘는다”며 “북측 근로자들과 ‘얼른 정상화돼서 다시 보자’는 인사를 하고 나왔다”고 말했다.

북한 김양건 대남담당 비서의 공단 방문에 대해선 “개성공단에 왔다는 얘기만 전해 들었다”고 했다. 삼덕스타필드 박창훈 고문은 “식재료나 원자재가 없어 힘들지만 조업은 차분히 이어지고 있다”며 “오전까지 북측에서 조업에 대한 별다른 제재는 없었고 세관에서 시간이 조금 오래 걸린 정도”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파주=김미나 김유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