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전 재즈로 선회 새 앨범 ‘49’ 낸 피아니스트 곽윤찬씨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음악 만드는 게 사명”
입력 2013-04-08 21:11
곽윤찬(45)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재즈 피아니스트다. 그는 2005년 한국인 최초로 미국 최고 권위의 재즈 레이블(음반사) ‘블루 노트(Blue Note)’를 통해 음반을 발매해 화제가 됐다. 그간 발표한 음반 상당수는 세계적 명성을 자랑하는 연주자들이 참여해 관심을 모았다.
9일 발매되는 그의 정규 5집 ‘49’ 역시 전작들 못지않은 화려한 ‘스펙’을 자랑한다. 총 9곡이 수록된 앨범엔 미국 팝스타 브라이언 맥나이트가 참여한 노래가 담겼다. 음반 속지에 기재된 참가 뮤지션 명단을 보면 세계 최정상급 연주자들의 이름이 눈에 띈다. 미국의 실력파 기타리스트 폴 잭슨 주니어, 마이클 잭슨 베이시스트로 유명한 알렉스 알, 미국 출신의 유명 드러머 비니 콜라이유타….
곽윤찬은 8일 서울 서초동 소니뮤직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음반 발매를 앞둔 소감을 밝혔다. 그는 “4년 만에 내는 정규 음반이지만 그동안 꾸준히 준비한 앨범”이라며 “후속 음반을 준비하기가 힘들 정도로 많은 에너지를 쏟아부었다”고 말했다.
그동안 정통 재즈 뮤지션으로 분류되던 그는 이번 앨범에서 퓨전 재즈로 방향을 선회했다. 다소 어렵게 느껴지던 그의 음악이 이번 앨범에선 좀 더 친숙하게 다가오는 이유다. “아티스트라 불리는 게 부담스러웠어요. 저는 그냥 뮤지션이죠.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만드는 게 사명인 뮤지션. 대중과 함께할 수 있는 음악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음반명을 ‘49’로 지은 데는 그간 숫자 ‘49’가 각별하게 느껴졌던 일이 자주 있었기 때문이다. 가령 그의 아내는 결혼 10주년 기념 몰디브 여행에서 첫 아이를 가졌는데, 당시 묵은 호텔방 열쇠에 적힌 숫자가 ‘49’였다. 독실한 크리스천인 그는 이 같은 설명도 덧붙였다.
“유대인들은 희년(禧年)을 앞둔 49년째 되는 해를 각별하게 생각하잖아요? 휴식, 안도, 평안…. 이런 걸 의미하는 해죠. 이 밖에도 여러 이유에서 그동안 ‘49’에 대한 관심이 많았어요.”
그렇다면 세계 최정상급 연주자들은 어떻게 그의 음반에 참여하게 된 걸까. 곽윤찬은 “음반 제작을 앞두고 내 음악을 보내줬더니 모두 흔쾌히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전해왔다”고 답했다. “맥나이트는 제 음악을 듣고 하루 만에 ‘오케이’ 했어요. 제가 열심히 섭외하려고 노력한 게 아니라 제 음악만 듣고 참여 의사를 밝혔다는 점이 더 기쁘게 하더라고요.”
새 음반은 재킷 디자인도 특이하다. 가수 나얼(본명 유나얼·35)이 만든 재킷엔 숫자 ‘49’가 색약(色弱) 검사 테스트 종이에서 볼 수 있는 디자인으로 새겨져 있다. “제가 적록색약이어서 이 재킷에 쓰인 ‘49’가 제 눈엔 안 보여요. 아마도 나얼씨가 (좋은 음악을) 제대로 알아볼 수 있는 사람만이 좋은 걸 발견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이렇게 재킷을 디자인해 준 것 같아요(웃음).”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