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옥상 폐물탱크 23만개 재활용 텃밭 만든다
입력 2013-04-08 20:31
“흉물스럽던 옥상 물탱크가 아름다운 텃밭으로 변한 것을 보고 주민 모두 놀라고 있습니다.”
부산 초량동 김모(65)씨는 8일 자신과 16가구가 함께 살고 있는 2층짜리 빌라의 옥상에 설치된 친환경 텃밭을 감회에 젖어 바라봤다. 부산역에서 초량동 주민센터를 지나 구봉산 자락 산복도로변에 위치한 김씨 집 등에 설치된 아름다운 텃밭은 폐물탱크를 재활용해 만든 것이다.
주택 옥상마다 방치되던 폐물탱크 자리에 알록달록 앙증맞게 꾸민 이동식 텃밭이 들어서자 물탱크 철거문제로 골치를 앓던 주민들은 텃밭 가꾸기에 호응하는 상황으로 바뀌고 있다.
한 시민의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흉물스러운 도심 옥상의 폐물탱크를 아름다운 친환경 텃밭으로 변신시켰다.
부산 동구는 지난해 부산발전연구원의 시민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은 화명동 오현희씨의 ‘물탱크를 활용한 이동식 텃밭’을 정책에 도입했다. 구청 측은 지난해 말부터 청년사회적기업 ‘아코아’와 함께 고지대 주택에 수돗물 직결 급수장치를 설치하고 폐물탱크를 옥상 텃밭으로 꾸미는 데 나섰다. 그동안 30가구에 설치했고, 사업을 확대하는 중이다.
폐물탱크 재활용 사업은 1석5조의 효과를 내고 있다. 옥상경관의 획기적인 개선은 물론 ‘1가구 1텃밭’으로 유기농 먹거리를 제공한다. 작물 나눔생산으로 일자리 창출뿐 아니라 만남의 장소까지 제공해 마을공동체 회복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부산시도 동구와 함께 23만여 개로 추산되는 시내 전역의 폐물탱크 재활용 사업에 나섰다. 물탱크는 내부 세균번식 우려가 높고 동절기 동파위험, 낮은 수압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 옥상 물탱크는 수돗물 공급이 적어 격일제 급수가 실시되던 1980년대 수돗물 저장을 위해 집집마다 설치한 것이다. 지속적인 상수도 정비로 물탱크가 쓸모가 없어졌으나 철거비용이 900여억 원이나 돼 골칫거리로 여겨져 왔다.
정영석 동구청장은 “도심 내 저소득 주거지의 상징처럼 된 보기 흉한 옥상의 파란 물탱크의 텃밭변신은 고지대 산복도로가 많은 부산의 특성에 잘 맞는 사업”이라고 말했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