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국, 北 김정은에 매서운 채찍 들어야

입력 2013-04-08 20:11

한·미는 도발에 철저히 대비하되 협박에 흔들려선 안 돼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하이난성 싼야에서 열린 국제회의 개막 연설을 통해 “어느 일방이 자신의 개별적 이익을 위해 지역이나 세계를 혼란에 빠뜨려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그러자 ‘어느 일방’이 북한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김정은이 한 달 이상 각종 카드를 꺼내 들면서 국제사회를 협박하고 있으니 그렇게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중국 왕이 외교부 부장은 시 주석 개막연설 하루 전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통화하면서 “어느 누구라도 도발적 언행을 하는 것을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런 점들로 인해 중국이 종전의 소극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한반도 문제 해결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북한의 3차 핵실험 직후에도 중국의 대북정책 기조에 변화가 생긴 게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 바 있다. 중국이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에 찬성한 데 이어 북한을 오가는 화물검사 비율을 높이는 등 안보리 결의를 성실하게 이행하려는 모습을 보인 탓이다.

하지만 중국의 대북정책은 아직 바뀌지 않았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기고를 통해 북한의 핵무기가 중국을 위협할 수 있다면서 이제 중국이 북한을 포기하고 한반도 통일을 적극 추진해야 할 때라고 주장한 중국 공산당 당교 기관지 학습시보 부편집장을 해임시킨 것은 이를 방증한다. 중국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동참한 점 역시 한반도 안정과 비핵화라는 중국의 한반도 정책 목표와 북한 행동이 배치되기 때문이지 대북정책의 틀이 바뀌어서가 아니다. 시 주석이 요즘도 관련국들의 대화와 협상을 역설하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북한의 움직임은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 10일을 전후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이 있으며, 4차 핵실험 징후까지 포착됐다. 평양에 주재하는 외교관들에게 철수를 권고한 데 이어 군부 내 강경파인 김영철 정찰총국장이 외교단과 무관단을 불러 미국과 한국의 위협으로 한반도 상황이 엄중하다면서 으름장을 놓았다고 한다. 개성공단 진입 차단 조치로 조업중단 업체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급기야 북측 근로자들을 전원 철수시키겠다고 밝혔다. 이렇듯 북한의 살라미 전술로 한반도 위기는 한껏 고조된 상태다.

한반도 위기는 남북 당사자의 문제인 동시에 중국과 미국의 문제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은 북·미관계는 물론 미·중관계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다. 중국이 김정은 정권에 대해 매서운 채찍을 들 때가 됐다. 김정은을 그대로 내버려두면 한반도 안정과 비핵화는 요원하다.

미국은 이번 주 중 실시하려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를 연기했고, 다음주 워싱턴에서 열려던 한·미 군사위원회 회의(MCM) 일정도 미뤘다. 북한에 도발의 구실을 주지 않기 위해서다. 적확한 판단이라고 본다. 다만 위협 강도를 높여가니까 한·미가 주춤한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북한에 주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북한발(發) 위기에 흔들려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