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유럽인 ‘달러 사재기’… 100달러 지폐 인기

입력 2013-04-08 18:43

금융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인들이 너도나도 달러를 사들이며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8일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달러 지폐 유통량은 2008년 이후 5년 동안 연평균 7.5% 증가했다. 2003∼2007년 달러 지폐 유통량 증가율이 연평균 3.8%였던 것과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2008년 4월 유로당 1.6달러를 상회했던 환율은 최근엔 1.3달러 수준에서 맴돌고 있다.

계기가 된 사건은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과 금융위기다. 이후에도 스페인 이탈리아 그리스 키프로스 등 남유럽 국가들의 잇따른 금융위기로 유로화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면서 달러 수요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 미국 역시 막대한 재정적자와 시퀘스터(예산 자동삭감)로 대내외의 우려를 받는 상황임에도 달러화 강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러시아 등 구소련 국가들과 경제 상황이 악화된 아르헨티나에서도 달러화에 대한 수요가 높다.

달러를 현금으로 보유하려는 이들이 주로 100달러짜리 지폐를 사들이는 바람에 이 지폐에 대한 수요도 덩달아 늘어났다. 존 윌리엄스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100달러 지폐 유통량은 리먼브러더스 파산 직후 580억 달러 늘어났었는데 이는 예년에 비해 10% 정도 급증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는 금융위기와 경기침체로 전 세계 경제가 취약한 와중에도 미국 경제와 달러화에 대한 세계인들의 믿음을 보여주는 현상이라는 것이 FT의 분석이다. 신문은 “각국 은행과 유로화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의 표출이기도 하다”고 해석했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