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 푸틴에 훈계… “천연자원 의존한 경제 다변화하면 도움 주겠다”

입력 2013-04-08 18:43 수정 2013-04-08 22:42

독일을 방문 중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로부터 ‘훈계’를 듣는 수모를 당했다. 푸틴 대통령의 방문에 맞춰 시위대의 반러시아 시위까지 벌어졌다.

독일 주도로 이뤄진 키프로스 사태 수습 과정에서 거액의 손실을 본 러시아로서는 유쾌하지 않은 일들이 연이어 벌어지게 된 것이다. 푸틴 대통령도 이에 굴하지 않고 맞받아쳤다.

8일 AP통신과 이타르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7일 오후 독일 북서부 니더작센주 주도인 하노버에서 열린 산업박람회 개막식에 메르켈 총리와 나란히 참석했다. 문제는 개막식 연설에서 메르켈 총리가 손님으로 참석한 푸틴 대통령이 듣기 불편한 말을 쏟아낸 것.

그는 러시아 경제가 석유나 천연가스 수출과 같은 천연자원에 의존하고 있다며 경제를 다변화하고 혁신적 방식을 도입하는 데 독일이 도움을 주겠다고 제안했다. 후진적 경제구조의 러시아를 은근히 비꼰 것이다. 메르켈 총리는 한발 더 나아가 최근 러시아의 독일계 비정부기구(NGO)에 대한 탄압 문제를 꺼냈다. 그는 “독일에선 NGO가 혁신의 동력”이라며 “러시아에서도 이들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석자들은 열렬한 박수로 메르켈 총리 발언에 지지의사를 밝혔다. 또 박람회장 입구에서는 수십명의 시위대가 러시아의 NGO 탄압에 항의하는 시위까지 벌였다. 이래저래 푸틴 대통령은 심기가 불편해질 수밖에 없는 분위기였다.

이에 맞서 푸틴 대통령도 독일 방문에 앞서 ARD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알고자 하는 것은 누가 돈을 받았고 어디로 갔느냐”라며 NGO활동에 대한 조사에 정치적 의도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오히려 푸틴 대통령은 키프로스 사태를 언급하며 “단지 투자를 위해 돈을 맡긴 사람에게 60%나 손실을 요구하는 것이 정당한 것이냐”며 독일 주도로 이뤄진 키프로스 해결방법에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