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대기업 지분율 확대 거침없는 주주권 행사

입력 2013-04-08 18:30 수정 2013-04-08 22:43

지난달 27일 경기도 이천시 현대엘리베이터 본사 주주총회장. 국민연금은 현대그룹 회장의 현대엘리베이터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에 반대표를 던졌다. 국민연금은 “과도한 겸임 때문에 충실한 의무 수행이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연금은 지난달 28일에는 코스닥 상장사 서울반도체의 주주총회에서 한승수 전 국무총리를 사외이사로 재선임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한 전 총리의 이사회 참석률이 불량하다는 게 이유였다. 국민연금은 “직전 임기 이사회 참석률이 60% 미만이었기 때문에 의결권 행사 세부지침에 따라 반대표를 행사했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이 대기업을 대상으로 거침없이 주주권을 행사하고 있다. 재벌그룹의 주식을 계속 사들이며 ‘큰손’의 위치를 확고히 해 대주주 견제·감시는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삼성·현대·LG 등 대기업 계열사 보유지분을 꾸준히 높이고 있다. 삼성전자 지분율은 2011년 말 5.84%에서 지난해 말 7.19%, 현대차 지분율은 6.75%에서 6.83%로 상승했다. 시가총액 상위 50개 기업 중 국민연금이 2년 연속 5% 이상의 지분율을 기록한 기업은 30곳에 이른다.

금융투자업계는 국민연금의 재벌사 지분 확대가 타당하다는 입장이다. 안정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추구해야 하는 연기금의 특성상 우량 대기업 투자비중을 높이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박사는 “국민연금은 안정적으로 자산을 운용하면서도 동시에 증시를 지탱해줘야 한다”며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대기업의 비중을 늘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국민연금의 대기업 지분율 확대에 따른 의혹도 커지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경제민주화 기조에 따라 국민연금의 주주권이 대기업 견제 수단으로 동원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병기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민연금의 독립성과 전문성은 어마어마한 기금을 운용하기에 충분치 않다”며 “주주권이 확대되면 정부의 의도가 기업 경영에 개입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