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銀 “적격대출 없어서 못팔아요”
입력 2013-04-08 18:30 수정 2013-04-08 22:43
장기·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인 ‘적격대출’이 동나고 있다. 지난해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대출 수요가 몰려서다. 적격대출 한도를 결정하는 주택금융공사는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한국SC은행은 올해 적격대출 한도 2조9000억원 가운데 2조8000억원을 소진했다고 8일 밝혔다. 한국씨티은행의 적격대출도 1조3400억원 한도 중 1조2400억원이 이미 판매됐다. 두 외국계 은행 모두 대출 여유가 100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남은 한도가 많지 않은데 이미 상담을 받아 대출받기로 한 고객과 현재 상담 중인 고객을 생각하면 더 이상은 상담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적격대출은 지난해 3월 출시 이후 엄청난 인기몰이를 했다. 9억원 이하 주택을 담보로 최장 30년까지 분할상환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데다 현재의 저금리를 ‘고정금리’로 가져갈 수 있어서다.
적격대출 매진의 1차 원인은 고정금리이지만 2차 원인은 독특한 구조에 있다. 적격대출은 주택금융공사가 시중은행의 대출액을 보증한다. 은행이 고객에게 빌려준 주택담보대출 채권을 넘기면 주택금융공사는 이를 주택저당증권(MBS) 형태로 만들어 투자자에게 팔아 수익을 낸다.
문제는 주택금융공사가 MBS를 무한정 발행할 수 없다는 데 있다. 통상 건전성 관리를 위해 MBS를 자본의 35배 이내로 관리한다. 주택금융공사는 올해 적격대출 관리목표를 13조원으로 잡고, 13개 시중은행에 배분했다. 배분 기준은 주택담보대출 잔액과 전년 적격대출 취급액이다.
전년도 실적이 좋았던 SC·씨티은행은 높은 한도를 배정받았지만 다른 은행보다 대출금리 조건이 좋기 때문에 가장 먼저 한도가 찬 것이다. SC·씨티은행은 10년 만기 적격대출 금리를 다른 은행보다 0.3∼0.5% 포인트 낮은 연 3.7% 정도로 책정하고 있다.
외국계 은행과 달리 국내 시중은행은 아직 여유가 있다. KB국민은행은 3조2000억원의 한도 중 1조원 정도만 팔았고, 신한은행은 1조3000억원 중 1조원 정도가 남아 있다.
주택금융공사는 정부와 한도 증액을 논의하는 등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주택금융공사 관계자는 “한도를 늘리는 방안뿐 아니라 한도 여유가 있는 다른 은행의 한도를 조정하는 방식을 검토 중”이라며 “큰 액수를 늘려줄 수는 없겠지만 최대한 고객 불편이 없도록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