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남측 의료진 철수… 발병 근로자 긴급 입경
입력 2013-04-08 18:08 수정 2013-04-08 18:10
북한의 개성공단 통행 제한 엿새째인 8일 경기도 파주시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CIQ)는 지난주보다 부쩍 한산했다. 통행 재개를 기대하며 새벽부터 줄서던 원자재·식품·가스 운송 트럭들은 CIQ로 가는 통일대교에 진입하지도 않은 채 잠시 머물다 돌아갔다. CIQ에서 출경을 기다리던 개성공단 입주업체 직원들도 통행 불가 소식에 일찌감치 발걸음을 돌렸다.
오후 2시부터 세 차례 모두 39명의 남측 근로자가 개성공단에서 CIQ를 지나 귀환했다. 전자부품업체 직원 김모(45)씨는 “생산이 불가능해 휴무 중인 업체가 16곳이 넘는다”며 “북측 근로자들과 ‘얼른 정상화돼서 다시 보자’는 인사를 하고 나왔다”고 말했다. 북한 김양건 대남비서의 공단 방문에 대해선 “개성공단에 왔다는 얘기만 전해 들었다”고 했다. 오후 3시 귀환한 삼덕스타필드 박창훈 고문은 “식재료나 원자재가 없어 힘들지만 조업은 차분히 이어지고 있다”고 공단 분위기를 전했다.
개성공단에서 남측 의료진이 모두 철수해 의료 공백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공단의 남측 근로자들을 치료하기 위해 입주했던 일산백병원 의료진 10여명은 지난 6일 모두 철수했다. 이 때문에 7일 한 근로자가 현지에서 치료받지 못해 긴급 입경하기도 했다.
한 입주기업 관계자는 “남측 인원 500여명이 개성공단에 남아 있는데 응급상황이 생겨도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면서 “의료진이 본분을 다하고 있는지, 정부가 위탁운영자 관리를 제대로 하는 것인지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개성공단기업협회는 오전 CIQ에서 공단 정상화를 호소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옥성석(58) 부회장은 “이제 가동을 중단하는 입주기업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가동중단 기업 숫자가 무의미할 정도”라고 주장했다. 또 “현재 개성공단에 남아있는 인원은 공장별로 가동을 위해 필요한 1∼2명 관리자들뿐”이라며 “이번 주에 사용할 물품이 하나도 들어가지 못해 수요일(10일)까지 통행이 재개되지 않으면 최악의 상황이 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옥 부회장은 “북쪽 근로자들을 운송하는 통근버스도 일부 운행을 중단해 출근하지 못한 사람들도 꽤 있는 것으로 안다”며 “최소한의 식재료와 가스 원료라도 들어갈 수 있게 해 달라”고 호소했다. 입주기업들은 제품을 생산할 원자재가 들어가지 못해 납품 차질이 빚어지고 있고, 일부 기업은 대기업과의 계약이 해지될 처지라고 전했다.
파주=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