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9천만달러 도박’… 北, 개성공단 근로자 전원 철수

입력 2013-04-08 18:08 수정 2013-04-08 22:19


북한 당국이 8일 개성공단 가동을 잠정 중단하고 북측 근로자를 모두 철수시키겠다고 전격 선언했다. 이 직후 근로자들이 전원 조업을 중단하면서 개성공단 가동도 중단됐다. 2003년 착공 이후 남북교류의 최후 보루로 여겨지던 개성공단은 10년 만에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됐다.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훈사업까지 폐기할 수 있다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9000만 달러(약 1000억원·개성공단 북한 근로자들의 1년 임금 총액)짜리 도박인 셈이다. 이에 따라 남북관계 역시 상당 기간 단절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양건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겸 대남담당 비서는 ‘개성공업지구 사태와 관련한 중대조치’ 담화를 통해 “남조선 당국과 군부 호전광들이 우리 존엄을 모독하면서 개성공업지구를 북침전쟁 도발의 열점으로 만들려 하는 조건에서 공업지구사업을 잠정 중단하며 그 존폐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개성공업지구에서 일하던 우리 종업원들을 전부 철수시킨다”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김 비서는 또 “종업원 철수 등과 관련한 실무적 사업은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이 맡아 집행할 것”이라며 “이후 사태가 어떻게 번질지는 전적으로 남조선 당국의 태도 여하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김 비서는 담화에 앞서 오전 9시부터 2시간가량 개성공단 내 우리 측 대표 기업인 신원과 북측 행정기관인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개성공업지구사무소 등을 둘러봤다.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 5만3000여명은 김 비서 담화 발표에 따라 오후에 모두 철수했다. 정부 당국자는 “북측 근로자들이 담화 발표 직후 조업을 중단하고 돌아갔다”고 말했다. 우리 측 123개 입주 업체도 공장 가동 중단으로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입을 것으로 우려된다.

북한은 그동안 개성공단이 북한의 돈줄이라는 남측 일부 주장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면서 자신들의 존엄을 훼손할 경우 공단을 폐쇄하겠다고 위협했다. 개성공단은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당시에도 중단 없이 유지돼 왔다. 북한은 향후 남북관계 추이를 지켜보면서 공단 재가동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는 성명을 통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북한이 이 조치를 일방적으로 강행한 것은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고, 모든 책임은 북한 당국이 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정부는 북한의 무분별한 행동에 차분하고 의연하게 대처해 나갈 것이며, 개성공단 체류 국민의 신변 안전과 재산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도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긴급 대책회의를 소집해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앞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사태가 더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