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펀드 출자금 조성 관여” 시인
입력 2013-04-08 17:59 수정 2013-04-08 22:36
최태원(53·사진) SK그룹 회장은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판사 문용선) 심리로 8일 열린 항소심 첫 공판에서 “450억원의 펀드 출자금 조성에 관여했다”고 시인하며 “사실대로 말하지 못한 점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고 밝혔다. SK 계열사 자금 450억원이 베넥스 펀드로 불법 송금돼 선물옵션 투자에 사용된 전 과정을 모른다고 부인하던 전략에서 한발 물러선 셈이다. 다만 최 회장의 변호인은 “횡령 혐의로 이어지는 펀드 인출에는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동생 최재원(50) 수석부회장 측도 “법적 책임이 낮을 것으로 판단해 ‘방어막’이 되기로 하고 검찰 수사와 재판에서 거짓말을 했다”고 말했다. 최 부회장은 1심에서 “펀드 출자와 인출 모두 자신이 주도했고 최 회장은 이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진술했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최 부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무죄를 받은 피고인이 그동안 자신의 진술이 거짓이었다고 번복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대신 최 회장 형제는 펀드 출자금 명목으로 SK그룹 계열사 자금을 빼돌린 범인이 김준홍(47) 전 베넥스 대표와 해외에 체류 중인 김원홍(52)씨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최 부회장이 모든 죄를 안고 가려던 재판 전략이 최 회장의 법정구속으로 실패하자 새 변호인단이 전략을 수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검찰은 이에 대해 “피고인들의 ‘거짓말 퍼레이드’를 막겠다”고 말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