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조 용산개발 결국 청산 절차 돌입
입력 2013-04-08 18:18 수정 2013-04-08 22:44
31조원 규모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결국 청산 절차에 들어갔다. 사업자 공모를 시작한 지 6년 만이며, 지난달 12일 만기가 돌아온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이자 52억원을 갚지 못해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빠진 지 한 달 만이다.
◇용산사업 청산 돌입=용산 개발사업 최대주주인 코레일은 8일 경영전략위원회와 이사회를 잇따라 열어 용산사업의 사업협약 및 토지매매계약 해제 등을 결의했다. 코레일은 9일 용산 개발사업 시행사인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에 미리 받은 땅값 일부인 5400여억원을 돌려준 후 최종 청산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자금을 돌려주게 되면 철도기지창 부지는 다시 코레일의 소유로 돌아가고 드림허브는 사업권을 잃게 된다.
코레일의 이번 결정은 지난 5일 드림허브 이사회에서 정상화 방안이 부결된 데 따른 것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정상화 방안이 드림허브 이사회를 통과하지 못한 상황에서 더 이상의 대안은 없다”며 “용산사업은 법과 원칙에 따른 절차에 따라 사업해제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송 잇따를 듯=용산 개발사업이 청산되면 출자사들은 1조원대의 자본금을 모두 날리게 된다. 삼성물산 등 17개 건설투자자들은 2000억원을 내놨다. 업체별로는 삼성물산이 640억원으로 가장 많고 GS건설과 현대산업개발, 금호산업이 200억원씩이다. 또 컨소시엄을 꾸려 용산 철도정비창 부지 토염오염정화공사에 나섰던 삼성물산, SK건설 등은 공사대금 2905억원도 떼일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사업 무산에 따른 출자사 간 책임공방이 이어질 전망이다. 민간 출자사들은 사업 초기 납입한 자본금 7500억원에 법정이자 6%를 적용한 약 9600억원의 손실 보상금 등을 포함해 모두 3조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 6년간 재산권 행사를 제약당한 서부이촌동 주민들이 사업주체인 코레일과 롯데관광개발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준비하고 있어 막대한 규모의 소송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실제 이날 오전 서부이촌동 11개구역동의자대책협의회는 서울시와 시행사인 드림허브 등을 상대로 주민들의 재산상 피해에 대해 2400억원대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으로 어떻게 되나=민간 출자사는 가능하다면 민간 주도의 새 정상화 방안을 코레일과 협의한 뒤 국토교통부 산하 공모형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조정위원회에 사업 조정을 요청할 계획이다. 그러나 코레일의 태도가 강경한 데다 정부도 사업자끼리 합의하지 못한 사안을 조정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어서 실현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다만 드림허브 주도의 현 용산 개발사업이 막을 내리는 대신 코레일이 ‘새 판’을 짜고 새로운 개발사업을 재추진할 가능성은 있다. 용산 철도정비창 부지가 도심 속 빈 땅으로 남아 있기 때문에 부동산 침체 상황에 적합한 새 사업계획을 구상해 코레일이 직접 개발하거나 다른 민간 컨소시엄에 땅을 팔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