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한미연합사 해체됐다면 지금 안보상황 어떻겠나”
입력 2013-04-08 17:40
안보위기에 전시작전권 이양 연기 어떻게 풀어야하나
-기독 예비역장성 초청 좌담
북한의 전쟁위협으로 한반도의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2015년 12월로 예정된 전시작전권 이양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본보는 지난 4일 서울 신사동 소망교회에서 ‘한반도 안보위기와 전시작전권 이양’을 주제로 김영관(88) 전 해군참모총장, 이정린(76) 전 국방부 차관, 박환인(76) 한국예비역기독군인회연합회(KVMCF) 회장을 초청해 좌담회를 가졌다.
<참석자>
◇김영관 전 해군참모총장<베트남주재 대사, 성우회 회장 역임, 현 ‘한미연합사 해체반대 1000만 명 서명추진본부’ 공동대표회장, 서울 경동교회 원로장로.>
◇이정린 전 국방부 차관<성우회 사무총장 역임. 현 1000만명서명추진본부 집행위원장, 베트남선교협회 회장, 서울 서초동 대광교회 장로.>
◇박환인 전 해병대 부사령관 <현 1000만명서명추진본부 기독인 공동대표, 한국예비역기독군인회연합회(KVMCF) 회장.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장로.>
-현재 한반도 안보상황을 어떻게 진단하는가.
△이정린 전 국방부 차관=북한의 3차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사이버 테러 등으로 현재 안보상황은 휴전 이후 최대 위기다.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도 지난 14일 북한의 연내 도발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경고했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한 지 두 달도 안 됐고, 북한은 29세의 김정은이 권력을 잡은 뒤 중국의 말도 잘 안 듣고 있다.
△김영관 전 해군참모총장=북한은 연일 전쟁을 불사한다고 위협하고 있지만 연평도 포격 때처럼 도발은 하지 못하고 있다. 북이 도발하면 우리 군이 바로 보복 대응키로 한 데다 한미연합사에서도 연평도 때와 달리 바로 맞대응하겠다고 천명했기 때문이다. 한국군과 미군이 공동으로 대응하면 북한은 도발한 것보다 몇 배 더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박환인 KVMCF 회장=북한의 위협에도 국내에는 생필품 사재기 현상도 없고 동요하거나 피난 가려는 사람도 없다. 국민들이 안보불감증에 걸린 때문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보다는 한미연합사가 존재하고 한·미동맹이 굳건하다고 믿기 때문일 것이다. 당초 계획대로 작년에 한미연합사가 해체됐다면 어떻게 됐을까. 국민들이 느끼는 위기 체감도는 확연히 달랐을 것이다.
-2015년 12월로 한차례 연기된 전시작전권 이양 및 한미연합사 해체를 왜 다시 연기해야 하는가.
△김 전 총장=전쟁을 해서 이기는 것보다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전쟁억지력 측면에서 한미연합사만큼 효과적인 것은 없다. 미국에서 이륙한 B-2 폭격기가 한반도까지 바로 출격하는 상황에서 북한이 군사적 도발을 감행하기는 어렵다. 한미연합사는 경제적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한국에 투자하는 해외 투자자들도 한미연합사의 대북억지력을 믿고 불안해하지 않을 것이다.
△박 회장=일각에서는 북한의 핵 위협에 맞설 방안으로 핵무기 재반입과 핵무장까지 거론하고 있다. 우리가 핵을 갖는 것이 최선이지만 북한처럼 막가파식으로 주위 반대를 무릅쓰고 핵무기를 만드는 데에는 어려움이 많다. 대신 한미연합사 체제를 유지하면서 미국의 핵우산으로 보호받는다면 북한은 함부로 우리를 공격하지 못할 것이다. 국가적 자존심 차원에서 전작권 이양 필요성을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안보는 자존심과 명분보다는 실리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사령관도 미군이 맡고 있는데, 유럽 사람들이 자존심이 없어서가 아니다. 안보라는 실리적 측면에서 이게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이 전 차관=1978년 창설된 한미연합사가 우리의 안보를 튼튼히 지켜왔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10대 경제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그런데 노무현 정부는 2012년 4월 전작권을 이양받고 한미연합사를 해체하려 했다. 이명박 정부는 국민들의 반대 여론을 수용해 전작권 이양을 2015년 12월 1일로 연기했다. 현재 안보상황은 당시보다 더 악화됐다. 북핵 위협이 해소되고 한반도에 평화체제가 정착될 때까지는 전작권 이양을 보류하고 한미연합사도 존속시켜야 한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당초 일정대로 전작권을 이양받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전작권을 이양받아도 한·미동맹이나 안보에 문제가 없다는 반론도 있다.
△김 전 총장=한미연합사가 없으면 핵우산을 보장받기 어렵다. 미군이 이 땅에 주둔할 이유도 없어진다. 이는 북한이 가장 원하는 것이다. 종북좌파들이 전작권 이양과 한미연합사 해체에 적극적인 것은 북한이 두려워하는 미군을 철수시키기 위해서다.
△박 회장=한미연합사는 매우 강력한 연합조직이다. 한미연합사가 해체되면 북한이 우리를 공격해도 미군은 우리를 지원할 뿐이다. 반면 한미연합사가 존재하면 북한이 도발할 경우 우리 군과 미군을 동시에 공격하는 셈이 되고 미군은 지원하는 게 아니라 공동으로 대응하게 된다. 한·미 국방 당국에서는 한미연합사를 해체한 뒤 미니 연합사를 만들거나 유사한 연합기구를 만들겠다고 하는데 그럼 굳이 세계 최고의 현 한미연합사를 해체할 필요가 있나. 이는 결국 한미연합사 해체 결정이 잘못된 것임을 역설적으로 입증하는 것 아닌가.
△이 전 차관=현 체제에서 한반도에 전쟁이 발발하면 병력 69만명, 5개 항모단에 2000대 이상의 전투기가 증원되도록 계획돼 있다. 한미연합사의 가치가 1조3000억 달러에 달한다고 할 정도다. 한미연합사를 대체하려면 2020년까지 7년 동안 621조원의 국방비를 쏟아부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국방비는 계속 줄어왔다. 작년에는 무려 5000억원이나 깎였다. 국내총생산(GDP)의 6%에 달하던 국방비는 이제 2.5% 수준으로 줄었다. 전쟁 위협이 거의 없는 유럽 국가들의 수준이다. 전작권 이양 날짜는 째깍째깍 다가오고 있는데 전혀 준비가 돼 있지 않다.
-전작권 이양은 한미 양국 정부가 공식 합의한 것인데 이를 연기하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김 전 총장=최근 북한의 전쟁 위협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전작권 이양을 재검토하기 위한 분위기는 무르익었다. 특히 다음달에는 한·미 정상회담이 열린다. 이 자리에서 이양 일정을 재검토한다는 약속만 이끌어내도 성공이다. 이후 당국자 간 실무협의를 통해 북핵 위협이 해소되고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될 때까지 전작권 이양을 연기한다는 합의를 도출하면 된다.
△이 전 차관=문제는 미국 정부가 전작권 이양을 희망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전작권을 넘겨줌으로써 국방비를 줄이고 한반도 문제에서도 한 발 뒤로 물러서려 한다. 미국 정부를 움직이기 위해서는 우리 국민들이 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
△박 회장=2006년부터 3년8개월 동안 1000만인 서명운동을 벌여 전작권 이양과 한미연합사 해체를 연기시킨 경험이 있다. 당시 서명운동에는 227개 종교 및 시민단체들이 참여했고 예비역 기독군인들과 한국교회가 앞장섰다. 기독인들이 한 번 더 나서서 국민들의 힘을 모으면 이번에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전작권 이양 연기운동을 주도해온 KVMCF는 어떤 조직인가.
△박 회장=KVMCF는 1956년도에 창립돼 ‘하나님을 위하여 나라를 위하여’라는 모토로 예비역 기독군인들이 모여 기도하며 친교하는 단체다. 국내에 20개 지회, 해외에 10개 지회를 두고 있는데 수도권의 경우 지회별로 매주 조찬기도회를 드리고 있다. 산하에 복음선교단을 두고 있는데 목사 장로로 구성된 10개 팀을 만들어 열악한 환경에 있는 현역 대대급 교회들을 매주일 찾아가 같이 예배드리며 위문, 격려하고 있다.
△이 전 차관=1000만명 서명운동은 KVMCF의 예비역 기독군인들이 주도적으로 이끌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국 73개 교회를 직접 방문해 취지를 설명하고 참여를 요청했다. 전국 교회에서 서명에 참여한 성도만 무려 300여만 명이다. 재향군인회를 중심으로 한 서명운동에도 예비역 기독군인들과 성도들의 참여 비율이 높았다. 서명결과를 오바마 대통령에게 전달했는데, 1000만 명이 서명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매우 놀랐다고 한다.
-한국교회와 성도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박 회장=나라가 있어야 교회도 있을 수 있다. 목사님들이 설교를 통해서 안보의식을 고취하고 전작권 이양 연기의 필요성을 알리면서 시대적 소명을 다해주시기 바란다.
△이 전 차관=교회의 당회장은 종교지도자인 동시에 한국사회의 지도급 인사다. 총력 안보태세를 갖출 수 있도록 당회장님들이 책임감을 갖고 나서주면 좋겠다.
△김 전 총장=1000만명 서명운동에 참여했던 성도들 한 사람, 한 사람의 힘이 모여 전작권 이양을 2015년으로 연기할 수 있었다. 조국의 안보와 평화를 위해 열심으로 기도하며 한 번 더 힘을 모아 달라.
정리=송세영 기자 sysoh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