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절기 뇌졸중 “일시적 증상” 안심하다간 큰일난다

입력 2013-04-08 17:14


이웃나라 중국에서 유행하는 조류독감이 국내로 유입될까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이 계절,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조류독감뿐이 아니다. 아침저녁과 한낮의 기온 변화가 심한 환절기에 급증하는 ‘소리없는 살인자(silent killer)’, 뇌졸중 발생도 주의해야 한다.

한때 국민가수로 불렸던 70대 초반의 박상규씨가 최근 숨진 것도 10여 년 전 첫 발작을 일으킨 뇌졸중을 끝내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김석재 전문의와 가톨릭의대 여의도성모병원 신경외과 나형균 교수의 도움말로 환절기에 특히 관심을 가져야 할 뇌졸중 예방수칙을 알아본다.

◇왔다가 사라지는 증상 ‘일과성 허혈발작’=평소 고혈압인 주부 송모(65)씨는 얼마 전 어지럽고 메스꺼우며 한쪽 팔다리에 힘이 풀리면서 한쪽 눈이 잘 보이지 않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양손과 발을 바늘로 따 피가 나오도록 해보라는 주위 사람들의 말을 듣고, 그대로 한 결과 곧 감각이 돌아오는 것 같이 느껴졌다. 안심하고 다시 평소와 같이 생활하던 송씨는 이틀 뒤 갑자기 의식을 잃어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끝내 사망하고 말았다. 사망 원인은 허혈성 뇌졸중이었다.

이렇듯 갑자기 일시적인 마비나 발음 장애, 극심한 두통, 시야 장애 등 뇌졸중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바로 자기도 모르는 사이 서서히 뇌경색이 진행되는 가운데 혈전(핏떡)에 의해 혈관이 일시적으로 막히면서 나타나는 뇌졸중 전조증상이다. 그러나 송씨처럼 처음에는 1시간에서 수 시간 내에 이상 증상이 금방 사라져 이를 뇌졸중 전조증상으로 인식하지 못하거나 다 나아 괜찮아졌다고 착각하기 쉬워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런 ‘일과성 허혈발작’을 한 차례 겪은 환자들은 다음에 치명적인 뇌졸중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게 높아지기 때문이다.

일과성 허혈발작을 겪은 환자의 약 40%가 5년 안에 뇌졸중을 경험한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일과성 허혈발작이 발생해 증상이 나타났다 사라지더라도, 이미 약해진 혈관 벽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어서 그 후 혈관이 터지거나 막히는 사고도 쉽게 일어나는 것이다.

◇전조증상 없는 무증상 뇌졸중도 많아=뇌경색 또는 뇌출혈이 발생했지만 아주 작은 혈관에 발생해 어떤 이상 증상도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러다 다른 이유로 촬영한 CT, MRI 등 뇌 영상의학검사에서 우연히 작은 뇌혈관이 터지거나 막힌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될 때가 있다.

이런 무증상 뇌졸중은 전조증상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뇌졸중과 마찬가지로 뇌혈관에 이상이 생겼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없지만, 대부분 3∼15㎜ 이하 소혈관이 막히거나 터져서 생기는 ‘열공성 뇌경색’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열공성 뇌경색 경험자는 나중에 마비나 언어 장애를 느껴 병원을 찾게 될 경우 다른 뇌졸중 환자들보다 훨씬 더 상태가 나쁘고 치료결과도 좋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문제다.

따라서 열공성 뇌경색이 있는 사람은 그동안의 잘못된 생활습관 개선을 통해 더 큰 혈관이 막히거나 터지지 않도록 누구보다 더 노력해야 한다. 열공성 뇌경색이 있는지는 CT, MRI 등 뇌 영상의학검사로 알 수 있다. 일반 뇌졸중과 같이 비만,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등의 대사증후군을 가진 사람과 술 담배를 즐기는 사람에게 주로 발생한다.

◇뇌졸중 예방수칙을 지키자=다음은 뇌졸중을 피하기 위해 꼭 가져야 할 7가지 생활습관이다. ①소금 섭취, 콜레스테롤 섭취, 당분이 많은 음식 섭취를 줄이고 채소나 과일을 많이 먹는다. ②적어도 1주일에 3∼4회 이상 30분에서 1시간 정도, 이마에 땀이 날 때까지 규칙적으로 걷기·수영 등 유산소 운동을 한다. ③담배를 끊는다. ④술은 마시더라도 하루 1∼2잔 이하로 절주한다. ⑤당뇨, 고지혈증, 고혈압 등 대사증후군이 있는지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는다. ⑥일교차가 큰 환절기에는 얇은 옷을 여러 겹 껴입는 등 보온관리에 신경을 쓴다. ⑦열공성 뇌경색증이 있는 사람은 이른 아침 운동을 삼간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