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박종서] 중국시장 두드리는 한국 유제품

입력 2013-04-08 20:12


지난 3월 중국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의 1호 안건으로 식품안전문제를 선정했다. 이는 중국 정부에서 2013년 가장 관심을 갖고 해결하려는 분야가 식품안전이며, 잦은 식품안전사고로 자국산 식품에 대한 불안감의 방증이다.

중국은 경제발전과 국민 생활수준 향상으로 유제품 시장이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지만, 자국 유제품에 품질안전 사고가 여러 차례 발생함에 따라 수입 의존도가 높다. 특히 조제분유의 경우 2008년 멜라민 분유사건 발생 전 중국산 분유의 시장점유율이 약 60%였으나, 현재 베이징 등 1선 도시에서는 외국산 조제분유가 9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이같이 이미 세계 유명 기업들이 중국에 진출했으며, 중국 기업이 해외 기업을 인수하거나 해외 가공을 통해 고급 영유아 조제분유 시장에 진출하는 등 수입산과 중국산 브랜드 간 경쟁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중국 소비자들은 식품, 특히 유제품 구입 시 가격보다는 품질안전과 브랜드, 영양성분 등을 고려해 구매하는데,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국 업체들도 품질안전과 다양한 홍보 판촉활동을 기울이고 있지만 중국 소비자들의 자국산 분유에 대한 불신감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최근 홍콩에서 이례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중국 보따리상이 홍콩에서 분유를 사재기해 품귀현상이 빚어졌고, 홍콩에서는 분유를 구매하기조차 어려워 홍콩 정부가 1인당 반출가능 분유를 1.8㎏으로 제한하는 조례를 발표하고 각 공항과 항구 등에 반출제한 포스터를 부착했다.

중국 정부는 식품의 품질안전 문제가 지속되자 국민의 불안을 해소하고 안전사고를 사전에 대응하고자 중국판 식품의약국(FDA)을 신설할 예정이며 올해 5월 1일부터 수출입 유제품 검역을 강화하는 등 식품과 관련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한국산 조제분유는 중국 소비자로부터 서구산 분유보다 중국인의 신체 및 성장 특성에 적합해 흡수가 쉽고 적응성이 뛰어난 고품질로 인정받고 있다. 또 원전사고 이후 일본 식품을 기피하는 소비자의 증가, 지리적 이점 등으로 대중국 수출이 꾸준히 늘어 지난해 유제품 수출액은 2010년 대비 조제분유는 5배 증가한 4000만 달러, 생우유는 8배 증가한 380만 달러를 기록했다.

중국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추는 전략을 세운다면 한국의 농식품 수출 가능성이 매우 크다. 지난해 우리 농식품 수출은 80억 달러를 기록했으며 중국에는 약 16%인 13억 달러가 수출됐다. 중국은 2007년부터 일본에 이어 우리 농식품 수출 2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최근 5년간 24%의 수출 증가율을 기록할 정도로 유망한 시장이다. 인구나 경제 규모를 고려하면 중국은 향후 우리 농식품 수출시장 1위로 부상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올해부터 중국은 조제분유 수입관세율을 20%에서 5%로 대폭 인하했고 신정부가 산아제한 정책을 완화할 움직임도 보이고 있어 포화상태인 국내 시장에서 벗어나 대중국 수출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아직은 경쟁국 제품 대비 시장 진입시기가 늦고 홍보가 부족해 중국 대형유통업체에서 다양한 한국산 제품을 찾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유아용품 전문점과 온라인 쇼핑몰, 대형유통매장 등을 적극 활용해 한국산 브랜드를 더 많이 노출하고 품목·포장을 다양화해 안전한 먹거리를 찾는 중국 소비자에게 다가간다면 한국산 유제품은 중국 시장에서도 크게 사랑받을 수 있을 것이다.

박종서 농수산식품유통공사 식품수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