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 황홀] 감찰나무(The Oak)
입력 2013-04-08 18:44 수정 2013-04-08 20:24
Live thy Life,
Young and old,
Like yon oak,
Bright in spring,
Living gold;
Summer-rich
Then; and then
Autumn-changed
Soberer-hued
Gold again.
All his leaves
Fall’n at length,
Look, he stands,
Trunk and bough
Naked strength.
알프레드 테니슨 (Alfred L. Tennyson 1809∼1892)
젊어서나 늙어서나
저기 서 있는 갈참나무처럼
당신의 삶을 살아라
봄에는 싱싱하게
금빛으로 빛나라
여름엔 무성하게
그리고, 그리고 나서도
색 바래가는 가을에는
더욱 깨끗한
황금빛으로 살아라
마침내 그의
모든 잎은 떨어지지만
보아라, 줄기와 가지로
우뚝 선
저 벌거벗은 힘을
적당히 상징적이고도 리듬감을 가진 언어 속에서 갈참나무의 출렁거림이 느껴지는 시다. 오래 된 나무를 보면 인간보다 아름답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나무는 나이가 들수록 폼 난다.
인간과 나무는 계절의 순환 속에서 변화되어 간다. 봄에는 젊게 빛나지만 어느새 우리의 머리도 회색빛으로 물들고 그 무성했던 머리칼은 벗겨진다. 이 지점에서 갈참나무는 인간을 대신해 벌판에 서 있다. 테니슨은 이 시의 주인공을 ‘he’라고 표현한다.
그러나 우리는 나무처럼 순하게 변화를 받아들이기 힘들어한다. 나이가 들면 허영을 버리고 경험과 지혜로 ‘벌거벗은 힘(naked strength)’을 보여주기 어렵다. 이 시에 ‘겨울(winter)’이란 말은 나오지 않는다. winter는 죽어가는 것이고 naked strength는 살아있는 것이다.
젊어서나 늙어서나 빛나게 살아라. 늙으면 더 황금빛으로 빛나고, 허영을 버린 벌거벗은 단순한 힘으로 살아라. 참 아름다운 ‘명령’이다.
테니슨은 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대표적인 시인. 1850년에 윌리엄 워즈워드(1770∼1850)의 후임으로 계관시인(桂冠詩人)이 되었다. 지금, 갈참나무의 새 순이 나오고 있다.
임순만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