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강석 목사의 시편] 사랑과 평화의 봄꽃을 만발하게 하는 길

입력 2013-04-08 17:22


한 소녀가 있었다. 그녀가 여섯 살 때 동요와 롤러스케이트를 가르쳐주신 따뜻하고 자상한 아빠가 유엔 평화유지군으로 6·25 한국전쟁에 참전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아빠는 낙동강 전투에서 산화하고 말았다. 그 아버지 이름은 존 패트릭 휴이고 딸의 이름은 케서린 미슈케이다. 그녀는 어렸을 때 왜 아빠가 안 돌아오는지 영문을 모르며 자랐다. 나중에야 아빠가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싸우다가 죽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아버지가 누워 계신 부산 유엔 평화군 묘지를 방문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미국의 어느 주의 한국 영사관에 전화를 해서 아빠의 사연을 이야기하며 한국을 방문하고 싶다고 문의했다.

그런데 영사가 그녀에게 그냥 알아서 방문하라면서 지극히 사무적이고 객관적으로만 대답을 한 것이다. 아빠와 딸의 눈물겨운 이야기를 들었으면 비행기 표는 못 구해줄망정, 한국의 보훈처에 이야기해서 친절하게 안내를 해 주어야 하지 않았겠는가. 그런데 영사의 냉랭한 대답에 그녀는 엄청나게 상처를 받았다. 이런 이야기를 세계한인교류협회 대표회장인 김영진 장로님이 알게 되었다. 그래서 부족하지만 나와 함께 그녀를 정중히 맞아주고 영접하는 행사를 마련하고 추모예배도 드리게 되었다. 비록 우리가 맞이하는 것은 한 사람이지만 6·25때 희생한 모든 가족들 전부를 맞이하는 마음으로 뜻 깊은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그것이 이 땅의 평화와 안녕을 중요시하고 나라를 지키는 정신적인 힘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는 추모예배에서 이런 내용의 메시지를 전했다. “우리는 고난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특별히 이 나라를 위해서 싸우다가 희생했던 분들의 헌신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아니 이 나라를 지켜 주시고 구원해 주신 하나님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또 기억하는 것을 넘어서 감사해야 합니다. 희생한 그분들에게 감사하고 하나님께 감사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북과 대치하자는 말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것이 평화와 민족 화해를 앞당기는 길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의 인격을 높이고 신앙을 성숙시키며 국격을 높이는 것입니다.”

또한 나는 이번 행사를 위한 추모 헌시를 쓰기 위해 시상에 잠길 때, 갑자기 마음이 울컥하면서 눈물이 쏟아졌다. 아빠를 잃고 불행과 슬픔 속에 자랐을 한 소녀를 생각하면서, 그런 희생과 아픔을 통해서 지켜진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감사하면서….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이 자유와 평화가 얼마나 값진 것이며 숭고한 희생을 통해서 이루어진 것인가. 그런데 지금 남북한의 대치 상황이 심각하다. 전운의 바람이 불고 먹구름이 드리워지는 때이다. 이런 때일수록 한국교회가 이 땅의 평화를 갈구하며 더 기도해야 한다. 더 나아가 한국교회가 민족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눈물을 닦아주며 역사와 사회를 보듬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 그럴 때 분단과 갈등의 먹구름이 사라지고 화해의 햇살이 민족의 대지를 비추며 우리 모두의 가슴에 사랑과 평화의 봄꽃이 만발하지 않겠는가.

<용인 새에덴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