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사 부모따라 몽골갔던 남매 ‘K팝스타2’ 우승… 실력 매력 ‘착한 악동’

입력 2013-04-07 23:24

남매는 2년 전 선교사인 부모를 따라 몽골로 가서 홈스쿨링을 하며 지냈다. 작은 키, 작은 눈, 평범한 외모는 남들과 다를 게 없었다. 정식으로 작곡을 배우지도 않은 오빠는 노래 만들기를 좋아했고, 여동생은 오빠의 기타 반주에 맞춰 노래 부르기를 좋아했다는 점이 그나마 남과 달랐다고나 할까. 지난해 가을 국내 방송사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가하고자 한국행 비행기를 탔을 때도 그들은 몰랐다. 두 사람이 갖고 있는 음악적 잠재력이 얼마나 큰 것인지.

남매는 자작곡으로 승부했다. 오디션 초반부터 듣는 이들의 공감을 끌어내는 위트 있는 가사에 감각적인 멜로디를 결합시킨 자작곡들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다릴 꼬았지 배배 꼬였지. 발가락부터 시작된 성장판 닫히는 이 기분’(다리꼬지마) 등의 곡은 한동안 온라인 음원 차트 정상에 올랐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KT 올레 CF도 찍어 화제를 모았다. CF의 올아이피(ALL-IP)송도 직접 작사·작곡했다. 이들 남매가 바로 ‘악동뮤지션’이다.

천재 싱어송라이터로 불리는 악동뮤지션의 이찬혁(17)·수현(14) 남매 듀오가 7일 경기도 부천 실내체육관에서 생중계된 SBS 오디션 프로그램 ‘K팝 스타2’ 파이널 무대에서 천재 소년 방예담(12)을 물리치고 우승을 거머쥐었다.

마지막 무대인 ‘노래 바꿔 부르기’와 ‘심사위원 추천곡 부르기’ 미션에서 보여준 곡은 핸슨의 ‘음밥(Mmmbob)’과 토이의 ‘뜨거운 안녕’ 두 곡. 특유의 아름다운 가사와 감각적인 편곡이 빛을 발하면서 심사위원들의 호평이 이어졌다. 심사위원 점수와 시청자 문자투표를 합산한 결과 ‘리틀 마이클 잭슨’으로 불렸던 경쟁자 방예담은 열창에도 불구하고 2위에 머물렀다.

심사위원 양현석은 “몽골에 꼭꼭 숨겨져 있던 새로운 아티스트의 발견”이라고 이들의 우승을 평했다. 박진영은 “악동뮤지션은 노래와 퍼포먼스만으로 심사하면 안 된다. 부모님들이 어떻게 키우면 저렇게 아이들이 자라는지, 정말 아름다운 아이들”이라고 극찬했다.

이찬혁은 “여기까지 올라올 줄 몰랐다”며 “톱10 모두 잘하는데, 이분들 제치고 (우승했다는 게) 실감이 안 난다”고 말했다. 그는 “하나님께 감사드리고 저희 엄마 아빠에게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동생 수현은 “저희가 여기 있어야 될 사람이 아닌 거 같은데 우승을 해서…”라며 말을 잇지 못한 채 기쁨의 눈물을 펑펑 흘렸다. 이들에겐 3억원의 상금과 더불어 곧바로 가수로 정식 데뷔할 기회가 주어진다. 부상으로 자동차도 받았다.

악동뮤지션이 그간 ‘K팝 스타2’ 경연에서 선보인 톡톡 튀는 자작곡들은 음원 사이트를 휩쓸었다. ‘다리꼬지마’ ‘매력있어’ 외에 ‘크레센도’ ‘라면인건가’는 현재까지도 음원 차트 50위권 안에 있다. 이들이 편곡해 부른 캐나다 출신 가수 타미아의 ‘오피셜리 미싱 유(Officially Missing You)’는 방송 6시간에 조회 수 100만뷰를 넘어섰다.

이들의 등장은 획일화된 아이돌 음악 일변도의 기성 가요계에 목말라하던 대중의 갈증을 풀어줬다. 대중음악평론가 강태규씨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한 10대 싱어송라이터가 내놓는 노래마다 기성 가요와 겨뤄 좋은 성적을 낸 것은 의미가 있다”며 “싱어송라이터라고 모두 사랑받진 않는데, 악동뮤지션은 천재적 능력에 대중을 리드할 수 있는 자기만의 색채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놀랍다”고 평했다.

김나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