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손병호] 서울에 포탄이 떨어진다면

입력 2013-04-07 19:03


월요일 오전 10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곳곳에 포탄이 떨어진다면…. 회사에 있는 김한국씨는 뭘 해야 할까. 이럴 때 국민행동요령이 뭐였더라. 수십년 민방위 훈련을 해왔지만 이럴 때 도대체 뭘 해야 하는 걸까.

회사 지하로 내려가야 하는 건가. 작은 회사 건물보다는 주변의 더 안전한 건물 지하는 없는 것일까. 그런데 그 건물이 어디였더라. 지하철역이 깊다는데 그리로 가면 될까. 그런데, 그 역은 주변의 십수만명 시민을 다 수용할 수 있을까. 모든 사람이 가장 안전한 몇몇 장소로만 전부 몰려든다면.

아내와 아이들은 안전할까. 그래도 가장(家長)인데 죽는 한이 있어도 아이들을 데리러 유치원과 학교로 달려가게 되지 않을까. 유치원 교사들은 이럴 때 아이들을 어디로 대피시켜야 하는지 숙지하고 있을까. 전국 학교에는 지하 대피 시설이 충분한 것일까.

아이들을 데리러 가더라도 강변북로와 올림픽대로 등 주요 도로가 이미 꽉 막혀 있지 않을까. 가족들이 위험에 처해 있는데 과연 ‘동요하지 않고’ 교통통제를 잘 따를까. 가족들과 통화는 가능할까. 휴대전화 가입자가 5400만명이라는데 온 국민이 동시다발적으로 안부 전화를 걸기 시작한다면 통신 대란이 발생하지 않을까. 인터넷마저 사이버 테러로 먹통이 되고, 원전 가동 중단으로 전기 공급마저 원활하지 않게 된다면.

그런데 재난본부 방송은 어디에서 듣지. 건물 지하 곳곳에 방송이 전달될까. 이럴 때를 대비해 건전지로 켜지는 소형 라디오 하나쯤은 구비하고 있을 걸 그랬나. 이런 사태가 며칠 계속 이어지면 어떻게 될까. 돈도 떨어졌는데. 사람들이 은행에 죄다 몰릴 텐데, 대규모 인출사태가 발생한다면. 평소에 달러를 좀 바꿔둘 걸 그랬나, 아니 북한이 미국하고도 싸운다는데 유로화를 확보하는 게 나은 걸까. 긴급 생필품, 약품을 구할 장소는 어딜까.

예비군인 김씨가 직장 예비군 소집령이 내려지면 아내와 코흘리개 아이들을 놔두고 소집에 응할 수 있을까. 시대상을 반영한 예비군 소집 방안은 어떤 것일까. 예비군 대대에서 김씨에게 연락은 가능할까. 어디로 소집돼야 하는지 다들 알고 있을까. 예비군은 고사하고, 민방위 매뉴얼은 얼마나 갱신이 잘 돼 있을까. 현 민방위 권고안대로라면, 적의 공습 시 63빌딩이 주요 대피처로 돼 있는데 혹시 63빌딩이 적의 표적은 아닐까.

그런데 떨어진 게 화학전과 생물학전용 포탄이라면. 화생방 훈련 몇 차례 한 게 얼마나 도움 될까. 당장 김씨한테는 300원짜리 면 마스크도 없는데. 사태가 더 악화되면 사람들이 남쪽으로 남쪽으로 피난갈 텐데, 그 혼잡은 누가 통제할 수 있을까. 혹시 한강 다리가 통제되지는 않을까. 남쪽이 아니라 인천공항으로 가야 하는 걸까.

남한에 실제 공습경보가 발령된 적이 있었던가. 김씨도 까마득하다. 코흘리개 시절에 딱 한 차례 있긴 했다. 1983년 8월 7일 오후 3시19분 북한군 대위가 미그-21기를 몰고 귀순했을 때 인천·경기지역에 15분여 동안 공습경보가 울렸다. 그나마 서울은 경계경보였다.

청와대와 군은 한반도 위기 상황에 만반의 준비가 돼 있다는데, 국민인 김씨도 준비가 되어 있고 싶지 않을까. 뭔가 터진 다음부터 방송에서 시키는 대로 하면 될까. 예상 시나리오에 따른 단계별 행동요령을 알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달라진 환경이 잘 반영된 2013년 버전의 행동요령을 말이다.

그래도 설마 공습이나 화학·생물학전이 일어나겠는가. 자칫 그러다 전면전이 일어난다는데. 설마.

손병호 정치부 차장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