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위기의식 갖고 멀리봐야”… 제2 新경영선언 신호탄

입력 2013-04-07 18:46 수정 2013-04-07 23:12

삼성전자 회장, 100일간 해외 구상 마치고 귀국

장기 해외 체류를 끝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귀국 일성으로 ‘위기의식’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제2 신경영선언’에 해당하는 삼성그룹 혁신 전략이 추진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김포공항을 통해 6일 귀국한 이 회장은 이르면 이번 주부터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으로 출근을 재개해 직접 그룹의 현안을 챙긴다. 이 회장의 귀국은 지난 1월 11일 하와이로 출국한 이후 100일 만이다. 이 회장은 건강을 위해 겨울마다 추위를 피해 외국에 머물렀지만 올해는 예년보다 체류 기간이 길었고, 삼성그룹이 지난해와 달리 정식으로 투자계획을 발표하지 않는 것을 놓고 시중에는 ‘건강 이상설’, ‘새 정부와의 신경전’ 등의 억측이 무성했다. 그러나 이 회장의 귀국으로 이런 억측들을 불식시켰다.

무엇보다 이 회장이 위기의식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 회장은 입국장에서 “항상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더 열심히 뛰고 사물을 깊게, 멀리 보고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이 올해 초 삼성그룹 시무식에서 “10년 안에 삼성의 사업이 모두 사라져 버린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도전의 발걸음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특히 오는 6월 신경영선언 20주년 행사가 두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이 회장은 직접 “미래사업 구상도 많이 했다”고 밝혔다. 미래의 새로운 성장 동력인 신수종 사업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 회장은 장기 해외 출장이 끝난 뒤에는 그룹 경영에 대대적인 변화를 시도하곤 했다. 이 회장이 지난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그룹 임직원 1000여명을 소집해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자”고 혁신을 주문한 신경영선언이 6개월간의 해외 출장 끝에 나왔고, 지난해 6월에도 1개월간의 유럽 체류 직후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을 그룹의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장에 임명한 바 있다.

이 회장의 귀국을 계기로 경영 패러다임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특히 박근혜정부 ‘창조경제’ 정책에 맞춰 ‘창조경영’을 시도함으로써 그룹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을 구상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회장은 새 정부 출범에 대한 소감을 묻는 질문에 “저희 삼성도 작지만 열심히 뛰어서 도와드려야겠지요”라고 답했다.

삼성그룹은 인재육성과 산업융합, 상생을 창조경제의 키워드로 정리하고 인문계 전공자를 소프트웨어(SW) 전문인력으로 육성하는 ‘통섭형 인재’ 채용시스템을 시작했고, 중소기업에 특허를 대여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이 회장은 이와 함께 태양전지와 자동차용전지, LED, 바이오, 의료기기 등 그룹의 5대 신수종 사업을 포함한 미래 먹거리 창출 전략과 그룹 투자 계획 등 경영 전반을 진두지휘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7일 “이 회장이 본격적으로 출근 경영을 시작하면 해외에서의 구상이 구체화될 것”이라며 “그룹 내에 분명 변화의 움직임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권혜숙 기자 hskw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