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나루] 의원회관 신관 고참들이 싹쓸이
입력 2013-04-07 18:21 수정 2013-04-07 22:38
요즘 국회는 ‘이사 전쟁’이 한창이다. 어떤 의원실은 19대 국회 출범 이후 의원회관에서 3차례나 짐을 싸고 풀고를 반복하며 메뚜기 신세를 면치 못하는가 하면, 일부는 무풍지대에 있다.
지난해 완공된 의원회관 신관은 의원 300명 중 192명이 이미 배정받아 사용 중이다. 문제는 25평대 구관에 남은 108명이 1차 리모델링을 끝낸 88개의 사무실로 이사하면서 터졌다. 사무실이 모자라 20여명이 또 떠돌이 신세가 됐기 때문이다.
당초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 의원회관 신관뿐 아니라 국회의사당 본청에도 45평대 사무실을 가진 의장단 및 상임위원장 등 20여명이 나중에 의원회관 사무실을 양보하는 쪽으로 여야가 합의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막상 1차 공사 후 약속한 시일이 다가오자 ‘힘’ 있는 의원들이 딴 얘기를 하면서 일이 틀어졌다. 일부 다선 의원들이 괜히 신관에서 나왔다가 나중에 2차로 리모델링된 사무실에 둥지를 틀 때 지금처럼 좋은 방에 배정받는다는 보장이 없다는 이유 등으로 버틴 것이다. 이들은 현재 대체로 고층이면서도 국회대광장이나 한강이 훤히 내다보이는 이른바 ‘로열 박스권’을 꿰차고 있다. 또 몇몇은 새집증후군 때문에 이사하길 꺼린다.
한 초선의원 보좌관은 7일 “애초 이사 순번이 선수(選數)와 나이로 정해져 있었는데, 일부 상임위원장들은 초선 의원들을 배려해 신관 사무실에 입주하지 않기도 했다”면서 “힘 있는 의원들이 조금만 양보하면 될 일인데 몇몇의 이기주의 때문에 나이가 적은 초선 의원들이 희생당하고 있다. 국회에서는 선수가 왕”이라고 비판했다.
이런 상황 탓에 민주통합당 A 초선의원의 경우엔 얼마 전 1차 리모델링이 끝난 4층 사무실로 옮겼는데 2차 공사가 끝나는 8월이면 또 짐을 싸야 한다. 이번에 이사한 곳도 원래 회의실 용도인데, 궁여지책으로 사무실로 급조됐다. 화장실도 없고, 방음도 되지 않는다. A 의원과 같은 사정에 처한 의원과 보좌진은 최근 1년 사이 우편물 배달을 위한 주소는 물론 명함을 3번이나 변경·제작해야 하는 번거로움까지 감내해야 할 판이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