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대기업, 할아버지가 국민 도움 받아 성장시킨 사실 잊었나”

입력 2013-04-07 18:09 수정 2013-04-07 22:33


“2·3세대 오너들이 내수 독점해 中企·소상공인 몫 뺏으면 안돼”

박근혜(얼굴) 대통령이 대기업들에 대해 ‘할아버지가 국민 도움을 받아 성장시킨 과거를 제쳐두고, 그 아들, 손자(2, 3 세대)들이 중소기업·소상공인 몫까지 넘보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지원은 하되 법을 어길 경우 예외를 두지 않겠다’는 박 대통령의 대기업관(觀)은 조만간 구체적인 정책으로 드러날 전망이다.

박 대통령 최측근인 여권 핵심 관계자는 7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국민 도움으로 성장한 대기업이 지난 역사를 잊은 채 내수를 독점하고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파이(몫)까지 빼앗으려 드는 것은 있어선 안 될 일이라는 게 박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인 1960~70년대 대기업이 국민들로부터 값싼 노동력을 제공받고 국가가 싼 이자로 빌려다 준 외국차관을 통해 성장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따라서 국민과 국가의 희생 없이는 존립할 수 없었던 ‘국민기업’인 대기업이 자신들 이익에만 집착해선 안 된다고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박 대통령의 대기업 정책은 단순하다”면서 “경쟁은 글로벌 무대에서 하고, 시장거래는 철저하게 공정원칙에 따라서 해야 하며, 이를 어길 경우 예외가 없다는 세 가지”라고 밝혔다. 대기업들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도록 지원하는 대신, 법을 어기면 정치적 고려나 예외를 두지 않고 처벌하겠다는 의미다. 이 관계자는 “그간 축적한 자본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하겠다면 박근혜정부는 전폭 지원할 것”이라며 “그렇지만 대기업이 중소기업과 하청업체, 납품업체에 대해 지금까지의 방식으로 횡포를 계속 부리고 무조건 자기이익에만 집착한다면 관용을 두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 대통령은 조만간 대기업 총수들을 직접 만나 새 정부의 경제운용 기조를 설명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를 통해 지난해 대선 때부터 줄곧 강조해온 ‘공정거래가 경제민주화의 핵심’이라는 대기업관을 상세하게 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대기업이 우리 경제에 얼마나 많은 기여를 했는지는 박 대통령도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이젠 대기업도 자발적으로 국민들을 위해 공헌해야 한다. 받은 은혜를 국민들에게 되돌려줘야 한다’는 게 대통령의 의중”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우리경제의 70~80%를 담당하고 있는 대기업을 무조건 주눅 들게 해선 경제가 살아나지 않는다”면서도 “대기업의 장래를 위해선 바로잡을 것을 지금 바로잡아야 한다”고 했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