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고객마저 뺏길 판… 울상짓는 저축銀

입력 2013-04-07 18:03 수정 2013-04-07 23:11


“신용등급이 나빠도 3000만원까지 충분히 대출 가능합니다. 6개월만 연 20% 금리를 참으세요. 반년만 버티면 무조건 제1금융권 저금리로 바꿔 탈 수 있어요.”(대출상담사)

저축은행이 다시 위기에 빠졌다. 최근 정부에서 국민행복기금 출범을 계기로 바꿔드림론 조건을 완화하자 대출고객이 대거 이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부터 시중은행이 ‘서민금융’을 내세우면서 저축은행이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총액은 지난해 1월 10조558억원에서 올해 1월 9조2512억원으로 8046억원 줄었다. 저축은행의 가계대출은 2010년 말 8조1534억원에서 2011년 말 10조1819억원으로 상승세를 보였지만 지난해 9월 8조9858억원으로 급격히 떨어진 이후 회복세를 타지 못하고 있다.

예금고객에 이어 대출고객마저 이탈하고 있지만 저축은행 업계는 마땅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바꿔드림론 조건 완화로 더 큰 비상이 걸렸다. 바꿔드림론은 연 20%대의 제2금융권 고금리 대출을 연 10%대 제1금융권 대출로 바꿔주는 상품이다. 바꿔드림론 이용 고객이 많을수록 저축은행은 대출이자를 성실 상환하는 ‘우수 고객’을 뺏기게 된다.

바꿔드림론은 애초 연소득 2600만원 이하 혹은 신용등급 6~10등급이면서 연소득 4000만원 이하일 때만 가능했다. 하지만 이번에 운영주체가 국민행복기금으로 바뀌면서 연소득 4000만원 이하(자영업자 4500만원 이하)의 경우 6개월 이상 연체만 없다면 누구나 신청이 가능해졌다. 신용등급의 벽에 막혀 제1금융권으로 넘어갈 수 없던 제2금융권 고객들이 대거 제1금융권으로 넘어갈 수 있게 된 것이다.

조건이 완화되자 제2금융권 고객들의 문의는 쇄도하고 있다.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바꿔드림론 문의는 하루 평균 4000여건에서 국민행복기금 바꿔드림론 접수가 시작된 지난 1일 이후 하루 평균 2만4000여건으로 늘어났다.

시중은행의 서민금융 지원도 저축은행 생존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새 정부 탄생에 맞춰 지난해 말부터 저신용 서민들을 상대로 연 10%대 중금리 대출을 내놓고 있다.

앞서 2010년 말 시중은행이 금융당국과 함께 내놓은 ‘새희망홀씨대출’도 갈수록 저축은행에 손님의 발길을 끊게 만든 원인이다. 새희망홀씨대출은 신용등급 5등급 이하, 연소득 4000만원 이하 고객에게 연 10% 초반의 금리로 2000만원까지 빌려준다.

무너진 저축은행을 살리겠다며 금융당국이 내놓은 대책은 별 다른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제1금융권 은행들은 금융당국 권고에 따라 지난해 11월부터 저축은행과의 연계영업을 시행 중이다. 은행을 찾은 고객이 제1금융권 고객이 아니라고 판단되면 은행 직원이 제2금융권의 대출을 알선해주는 방식이다.

하지만 연계영업을 통한 실적은 거의 없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사실상 파리가 날리는 상황”이라며 “웬만큼 신용도가 나쁘지 않는 이상 여기서 해결이 다 되기 때문에 굳이 제2금융권까지 찾아서 소개해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간혹 연계영업이 이뤄지는 경우도 대형은행 계열의 저축은행뿐이다. 한 비은행계열 저축은행 관계자는 “앞으로 저축은행은 갈수록 생존이 쉽지 않을 것 같다”면서 “안 그래도 어려운 저축은행 영업이 행복기금 출시로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