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용직·알바의 그늘] 불황 장기화 직격탄… 임시·일용·자영업자 급감
입력 2013-04-07 17:59 수정 2013-04-07 22:52
한산해진 인력시장, 문을 닫는 동네 상점에서 나날이 실업자가 탄생하고 있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취약계층은 도태되고 있다. 고용시장에서부터 경쟁력을 잃은 이들은 구석으로 내몰리고, 점점 가난해지는 빈곤의 악순환에 빠져들고 있다.
임시·일용직 근로자와 자영업자 숫자는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다. 7일 통계청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임시·일용직 근로자는 지난 2월 1일 현재 615만6000명으로 9개월 전(687만1000명)에 비해 71만5000명(10.4%)이 줄었다. 일용직 근로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건설 근로자가 건설경기 악화로 일자리를 잃었기 때문이다. 전국 건축·토목 투자동향은 2010년 이후 하락세다. 상장 건설사는 2곳 중 1곳이 적자다.
베이비붐세대의 은퇴와 맞물려 급격하게 늘었던 자영업자도 통계에서 사라지고 있다. 자영업자 숫자는 지난 2월 1일 547만6000명으로 9개월 전(584만6000명)보다 37만명(6.3%) 감소했다. 무턱대고 뛰어든 창업에 실패해 폐업이 속출한 것으로 분석된다. 자산관리공사(캠코)와 신용회복위원회 등에 따르면 국민행복기금을 문의하는 상담전화 가운데는 자신이 폐업 자영업자임을 알리는 하소연이 늘고 있다.
일부는 임시·일용직 근로자와 자영업자 감소가 고용환경 개선 신호라고 본다. 줄어든 숫자만큼 1개월 이상 고용되는 상용근로자로 이동해 더 나은 일자리를 얻었다는 해석이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전문가들은 “문을 닫은 치킨집 사장이 더 나은 직업을 얻는 것이 아니라 비경제활동인구로 전락한다”고 지적한다. 한국노동연구원은 일용직이 다른 일자리로 취업하는 비중이 감소세라는 점, 일용직 근로자가 비경제활동인구로 머무르는 비중이 다른 직장으로의 재취업보다 높다는 점을 볼 때 고용시장에서 탈락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
실제로 상용근로자가 지난해 5월 이후 27만2000명 느는 동안 15세 이상 비경제활동인구는 137만4000명이나 증가했다. 지난해 5월 62.5%였던 경제활동인구 비중은 지난 2월 현재 59.6%까지 떨어졌다. 특별한 경제활동 없이 놀고 있는 사람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SK증권 염상훈 연구위원은 “고용시장 취약계층의 상황이 더 나빠지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고용시장에서 이탈하는 취약계층을 방치하면 경기 활성화는 어렵다. 이들이 빈곤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야 소비가 활발해지고, 일자리가 창출된다. 정부도 이런 인식에 동의하고 있다.
고용시장에서 이탈한 취약계층의 대부분은 저학력층이다. 한번 빈곤층으로 떨어지면 다시 올라서기가 상대적으로 힘들 수밖에 없다. 노동연구원은 “노동시장에서 일용직은 가장 열악한 한계계층이고, 이 중 특히 저학력층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다”며 “이들이 일을 통해 빈곤에서 탈출할 수 있도록 사회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융위원회는 올해의 업무를 ‘창조적 금융지원’으로 선언하면서 취약계층의 재기를 목표로 삼았다. 취약계층 금융소비자의 채무를 탕감하고 고금리 부채를 저금리로 전환대출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창업을 장려하는 자금을 소액 대출하는 등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경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