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넘어 미래한국으로-(3부) 한국, 새로운 패러다임을 찾는다] ⑥ 노인이 행복한 나라

입력 2013-04-07 17:56


요양보험료 올리고 민간보험 권장 ‘선제적 미래 대비’

의료비와 수발비용. 독일은 고령화 시대에 필연적으로 커지는 두 가지 ‘노후 리스크’에 대해 완전히 다른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 의료비에 대해서는 본인부담금 영(0)에 가까운 ‘무상의료’가 원칙이다. 대신 노인 수발비용은 보험이 절반쯤만 책임지는 ‘수익자 부담’을 고수하고 있다. 독일의 수발보험(한국의 노인장기요양보험)은 치매 등으로 거동이 불편한 노인을 돕기 위해 도입된 보험이다.

◇철저한 수익자 부담 원칙=한국의 건강보험 가입자 중에는 노인장기요양보험료를 내면서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건강보험료 속에 요양보험료가 숨어 있기 때문이다. 건강보험료(월소득의 5.89%)를 내면 일부(올해 기준 6.55%)를 장기요양보험료로 떼어 별도 관리한다.

독일에서는 수발보험료(2.05%)와 의료보험료(15.5%)가 따로 징수된다. 둘을 합치면 20%에 가까운 돈이 ‘질병’에 대비해 적립되는 셈이다. 한국의 3배가 넘는 비율이다. 자녀가 없는 경우 수발보험료는 0.25%가 가산돼 2.3%로 높아진다. 양육의 사회적 기여를 인정해 자녀를 낳은 부모의 수발보험료를 깎아준다.

요양 서비스 이용비용은 요양등급에 따라 차등 부과된다. 베를린 젤렌도르프 노인요양원의 볼프강 크뤼겔씨는 거동이 비교적 쉬운 ‘0등급’ 환자. 이 경우에는 한 달 비용 2133.11유로(약 305만원)를 전액 본인이 낸다. 1∼4등급은 공공 의료보험조합이 돈을 보탠다. 대신 본인부담금은 한국(20%)보다 훨씬 높은 50∼62%나 된다. 예를 들어 1등급을 받은 A씨가 의보조합 테카(TK) 가입자라면 테카는 비용의 38%인 1023유로(약 114만원)를, A씨는 62%인 1576.35유로(약 176만원)를 낸다. 간호, 재활, 식대, 렌트비 등을 포함한 가격이다.

이처럼 비싼 제도가 유지되는 건 탄탄한 공적 연금제도 덕이다. 대기업 ‘베르트홀트 테크놀러지’에서 30여년 기계공으로 일하다 퇴직한 크뤼겔씨에게는 요양원 이용료를 감당할 만큼 충분한 돈이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으로부터 나온다. 만약 연금으로도, 개인저축으로도 비용을 충당할 수 없다면 노인 기초생활보장제에 따라 정부가 본인부담금을 대신 내준다.

◇미래를 준비한 선제적 개혁=수발보험료는 올해 1월부터 월소득의 1.95%에서 2.05%로 인상됐다. 2008년 0.25%를 올린 데 이어 5년 만에 0.1%를 다시 올린 것이다. 또 60%의 보조금을 주는 공격적인 민간보험 활성화 정책도 시작됐다. 고령사회의 추가 비용에 대비해 보험료를 올리고 이중의 보호막을 설치하는 선제적 개혁을 시도한 것이다. 독일에서 수발보험 수혜자는 2003년 189만명에서 2010년 229만명을 거쳐 2050년에는 450만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민간보험에는 파격적인 보조금 정책을 도입했다. 만약 월수입 2000유로인 A씨가 ‘월 100유로짜리 민간 수발보험’에 가입했다고 해보자. 정부는 60유로를 보조금으로 지급해 결과적으로 A씨가 민간보험으로 적립하는 돈은 ‘160유로’가 된다. 여기에 세금 감면 혜택도 보태진다. 정부는 A씨 수입에서 민간보험을 가입하기 위해 쓴 100유로를 소득공제한 뒤 세금을 매기게 된다.

베를린=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