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넘어 미래한국으로 (3부)] 저출산·고령화 재앙… 받는 돈 줄이고 연령 늦추는 10년 개혁 단행
입력 2013-04-07 17:36
독일의 연금제도
독일 국민연금은 가입자의 보험료를 모아 다음 달 은퇴자에게 지급하는 ‘부과식’ 연금이다. 보험료를 쌓아 400조원의 기금을 운용하는 우리나라의 국민연금(적립식)과 다른 방식이다. 처음부터 기금이 없었던 건 아니다. 1·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막대한 기금은 전쟁자금으로 동이 났고, 1969년 부과방식으로 전환됐다.
◇줄이고 늦추고…10여년간 연금 개혁=동·서독 통합 이전까지 독일 연금제의 소득대체율은 70%가 넘었다. 은퇴 후 받는 연금이 퇴직 전 월급의 70%쯤 됐다는 뜻이다. 저출산·고령화는 부과식으로 운영되는 독일 연금제에 직접적인 타격이 됐다. 돈을 낼 사람은 적고 받을 이가 많다면, 보험료율은 기하급수로 높아져야 하기 때문이다.
예정된 재앙을 앞두고 독일은 최근 10여년에 걸쳐 받는 돈은 줄이고, 받는 연령은 높이는 대대적인 개혁을 단행했다. 현재 소득대체율은 약 60%, 장기적으로는 43%까지 낮아지게 된다. 연금 개시 연령도 2030년에는 67세로 높아진다. 제도는 건강해졌지만 부작용은 컸다. 공적 연금이 노후를 보장하기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이다.
안전망이 약해진 노년을 위해 독일에서는 2001년 ‘리스터연금’이라고 불리는 개인연금제를 도입했다. 현재 독일의 노후보장 시스템은 ‘국민연금-퇴직연금-리스터연금’의 3중 보호막에 빈곤노인을 위한 기초생활보장제가 보태진 4단계로 이뤄져 있다.
◇엄격하게 규제 받는 민간연금=현재 4300개 상품이 판매되는 리스터보험은 민간보험이되 정부 보조금이 투입되는 특이한 구조로 운영된다. 민간은행이나 보험사가 판매 관리한다는 점에서는 한국의 개인연금과 비슷하지만 설계부터 광고, 운영방식까지 정부의 철저한 규제를 받는다.
가입자는 적립금(소득의 4%)에 대해 면세혜택을 받는다. 만약 면세 효과가 크지 않은 저소득층이라면 연간 154유로(약 22만5000원)의 생계수당 등을 보조받아 추가로 적립할 수 있다. 이런 지원 덕에 리스터연금의 가입자 수는 지난해 1560만명까지 치솟았다.
◇사각지대 없앤 크레디트제도=독일 국민연금의 또 다른 특징은 적극적인 크레디트제도에 있다. 육아, 질병, 실직, 간병으로 일할 수 없는 이들에게 정부가 연금 보험료를 대납해 노후를 챙겨주는 제도이다. 자녀를 출산한 산모에게는 자녀 1인당 3년의 육아크레디트를 부여한다. 독일 연금의 최소 가입기간은 5년. 따라서 3년의 크레디트를 받은 어머니는 일을 하지 않더라도 2년간 보험료를 내면 5년을 채워 연금을 받을 수 있다. 2명의 자녀를 낳은 어머니는 평생 일을 하지 않아도 평균임금을 받은 노동자가 6년간 국민연금에 가입한 것과 동일한 연금을 받게 된다.
질병이나 실직으로 일할 수 없을 때는 상병수당이나 실업수당으로 연금 보험료를 낼 수 있다. 다만 실업수당 지급기간(1년)이 끝난 뒤 2단계 장기실업 기간에는 정부가 1년간 연금 보험료를 면제해준다. 가족 등이 아파 간병을 하는 경우에도 기간에 따라 정부가 보험료를 대납해준다.
베를린=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