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화진 초대전 ‘공간의 굴절과 기억’… 근현대사 짊어졌던 건물 재탄생

입력 2013-04-07 17:15


광화문 조선총독부 서대문형무소 숭례문…. 이화여대 조형예술대 미술학부 교수이자 서울 방이동 소마미술관 명예관장인 장화진(64) 작가는 한국 근현대사의 의미 있는 건물과 현장을 화면에 옮긴다. 1996년 조선총독부 건물의 해체 및 철거 과정을 지켜보면서 남다른 관심을 보인 그는 200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이를 소재로 한 작업을 진행했다.

서울 사간동 금호미술관에서 28일까지 여는 기획초대전 ‘공간의 굴절과 기억’은 정치적 목적에 따라 인위적으로 지어졌다가 허물어지는 건축물과 개인 기억 사이의 괴리감을 이야기한다. 2004년 이후 9년 만에 여는 이번 개인전에는 건축물 프로젝트뿐 아니라 간판, 창문, 타일 등 건물의 파편들을 그린 50여점을 선보인다.

작가에게 건축물은 기억의 저장소이자 통치와 지배의 도구다. ‘광화문’(2000)은 구한말에 촬영된 원판 사진들을 겹치게 배치해 백열등을 다는 방식으로 설치 작품을 만들고, ‘조선총독부’(2004)는 건물의 실측 도면과 모형을 재현했다. ‘서대문형무소’(2008)는 감시와 통제의 이미지를 살리고, ‘숭례문’(2010)은 화재로 사라진 국보 1호를 설치 작품으로 재현했다.

덕수궁 정관헌 바닥에 깔린 타일 문양을 캔버스에 옮긴 작품은 벽이 아니라 전시장 바닥에 두었다. 역사적 건물을 소재로 다루는 이유에 대해 그는 “임응식 사진작가가 ‘같은 건물을 왜 반복해서 찍느냐’는 질문에 ‘건물은 시간이 지날수록 훼손되기 때문에 계속 카메라에 담는 것’이라고 답했는데, 이에 공감이 간다. 나이가 들수록 역사성이 중요하게 다가온다”고 했다.

지난 9년간 꾸준히 진행한 작업을 선보이는 그는 “전시장 공간이 넓어서 작품이 부족할까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그동안 쌓인 게 많았는지 3개 층 전관을 채우게 됐다”고 설명했다. 오랜만에 전시회를 연 이유에 대해서는 “대학에 있다 보니 그렇게 된 것 같다. 게을러서 그렇다. 내년 2월 정년퇴임인데 이후엔 상황이 좀 나아지겠지”라며 웃었다(02-720-5114).

이광형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