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수난 아프리카 돕기, 교회도 팔 걷었다
입력 2013-04-07 17:04
2013년은 유엔이 지정한 ‘세계 물의 해’이다. 유엔에 따르면 안전한 식수에 접근하지 못하는 인구는 전 세계 7억8000만명에 이른다. 그중 70%가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에 집중돼 있다. 뿐만 아니라 해마다 수인성 질병으로 사명하는 수는 2200만명이며 그중 5세 이하 아동이 1800만명에 이른다. 20초당 1명의 5세 이하 아동이 수인성 질병으로 사망하고 있다.
국내 NGO들이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에 식수 위생사업을 꾸준히 펼치고 있는 가운데 한국교회와 성도들이 자발적으로 물이 없어 고통당하는 이웃을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지난 3년 동안 하트하트 재단과 함께 아프리카 최빈국 중 하나인 탄자니아를 돕고 있는 서울 낙성대동 큰은혜교회(이규호 목사)는 올해 탄자니아 음트와라 지역에 ‘빗물받이 물탱크’를 설치한다. 음트와라 지역은 빈곤지역으로 비위생적인 환경과 오염된 물로 ‘트라코마’라는 질병으로 실명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곳. 큰은혜교회는 “이 지역은 바다가 가까워 우물을 파도 염분이 많아 식수로 사용하기 어렵다”며 “우기 때 내리는 빗물을 잘 모아 건기 때 사용할 수 있는 ‘빗물받이 물탱크’를 설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교회는 10일 하트하트 재단에 식수개발기금을 전달하고 음타와라 지역 3개의 학교운동장에 대형 물탱크(30t)을 설치한다. 1개의 물탱크 설치비용은 300만원 정도 소요된다.
학교에 물탱크가 설치되면 학생들의 결석률을 감소시킬 수 있다. 이 지역 아이들은 가정에서 주로 물 긷는 일을 담당한다. 왕복 5시간이나 걸어서 물을 길러 가야 하기 때문에 학교에 가지 못해 배움을 포기하는 형편이었다. 이곳 한 학교의 학생 수는 500∼700명 정도로, 물탱크가 완성되면 이들의 가족들까지 포함해 1만여명이 ‘깨끗한 식수’의 혜택을 받게 된다.
이규호 목사는 “예수님의 사랑과 은혜를 나누길 소망하며 온 성도들과 함께 마음을 모았다”며 “이제 음타와라 지역 아이들이 깨끗한 물을 마시면서 질병 감염도 막을 수 있게 돼 기쁘다”고 전했다.
물 부족으로 고통 받는 아프리카 어린이들을 위해 작은 개척교회도 동참했다. 서울 문정동 반석교회(정복순 목사) 성도들은 지난 2월 담임목사의 60세 생일을 기념해 의미 있는 일을 했다. 우간다 어린이들에게 우물을 설치해 달라며 최근 월드비전에 1000만원을 전달한 것.
전 교인이 30명이 채 안되는 작은 교회에서 마련하기 힘든 큰 돈이다. 유치부 어린이들은 아프리카 어린이들을 돕겠다며 고사리 손으로 모은 돼지저금통을 가지고 왔고, 성도들은 옷장 속에 간직해 두었던 돌 반지를 가지고 왔다. 이렇게 해서 성도들이 560만원을 모았고 담임목사 부부가 정성을 보태 1000만원의 기금을 만들었다. 이 기금은 우간다 카삼브야 식수펌프 지원금으로 사용된다. 반석교회는 이와 함께 지난해부터 월드비전을 통해 해외아동 14명을 후원하며 지속적인 이웃사랑을 실천해오고 있다.
수인성 질병으로 목숨을 잃는 아이들을 돕기 위해 1인 캠페인을 시작한 사람도 있다. 이창식(59) 우리펀드서비스 대표는 지난 1월 1일부터 53주 동안 매주 평일 총 265편의 글을 우리은행 계열사 임직원을 비롯한 지인들에게 보내고, 구독료 대신 기아대책 기부금을 받는 ‘천원의 기적, 희망의 우물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기부자 1인당 캠페인 기부금은 유명 커피전문점에서 파는 커피 3잔 값에 해당하는 1만2000원이다. 이 대표는 “1000명의 기부회원이 모이면 우물 하나가 만들어져 마을 주민 전체를 살리는 기적을 만들어 낼 것”이라며 “현재 300여명이 동참했으며 앞으로 희망자들과 함께 우물파기 현장도 방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개발도상국에서는 700만∼1000만원이면 우물 하나를 파서 마을 주민 전체를 살릴 수 있는데, 그 돈이 없어 웅덩이나 화장실 물을 마시고 있다”며 “우리는 1000원이 채 되지 않는 돈으로 깨끗한 물 1리터를 구할 수 있지만 그 작은 것마저 구할 수 없는 아이들은 질병과 노동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지현 기자 jeeh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