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명이 하나처럼… 환상의 군무
입력 2013-04-07 17:27
국립발레단 ‘라 바야데르’, 4월 9일부터 6일간 예술의전당
새하얀 튀튀(주름이 많은 발레리나 치마)를 입은 32명의 발레리나가 무대에 설치된 가파른 언덕을 한 명씩 차례로 내려온다. 발레 ‘라 바야데르’의 3막 ‘망령들의 왕국’ 도입 부분이다. 발레 역사상 손꼽히는 명장면이다. 모두가 언덕에서 내려올 때까지 32명이 한 다리를 높이 들어올린 채 두 팔을 사선으로 뻗는 아라베스크 동작을 반복한다. 이들이 모두 무대에 도달해 완벽한 대열을 갖추면 본격적인 군무가 시작된다. 32명이 하나의 몸처럼 손끝, 각도, 시선까지 일치시키며 군무가 보여줄 수 있는 최대치를 뿜어낸다.
국립발레단의 ‘라 바야데르’가 9∼14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오른다. 올해 국내 발레공연 중 유일한 신작이자, 국립발레단 역사상 최대 제작비인 15억원을 들인 대작이다. 120여명의 무용수와 200여벌의 의상이 등장해 ‘발레의 블록버스터’로 불린다.
‘라 바야데르’는 프랑스어로 ‘인도의 무희’라는 뜻. 고대 인도를 배경으로 순수한 무희 니키아, 권력과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전사 솔로르, 매혹적이지만 간교한 공주 감자티 간의 삼각관계에서 빚어지는 사랑과 배신을 그렸다.
프랑스 출신 안무가 마리우스 프티파 안무로 1877년 러시아 마린스키 극장에서 초연됐지만, 국립발레단은 이번에 러시아의 유리 그리고로비치가 안무한 볼쇼이발레단 버전을 소개한다. 그리고로비치가 국립발레단 특성을 살려 일부 안무를 직접 다듬었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국립발레단 버전’의 탄생이라고 볼 수 있다. 의상과 무대 디자인은 2011년 국립발레단 ‘지젤’ 공연에서 큰 호평을 받았던 이탈리아 디자이너 루이자 스피나텔리가 맡아 기대감을 더한다.
니키아와 솔로르 역에는 김지영과 이동훈, 김리회와 정영재(사진), 이은원과 김기완, 박슬기와 이영철 네 커플이 나온다. 국립발레단 출신 발레리노 김용걸이 객원무용수로 합류해 니키아를 사랑하는 브라만 역을 연기한다. 5000∼10만원(02-580-1300).
한승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