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유명 사립대 ‘돈 장벽’ 학비보조금으로 넘는다
입력 2013-04-07 17:35 수정 2013-04-07 19:30
美 대학 학비보조금 제도 실태 & 어떻게 받을 수 있나
#코넬칼리지 유학생 K모(19)양
K양의 아버지는 연봉 3300만원을 받는 중소기업 샐러리맨이다. 집에서 소일거리를 하는 어머니의 수입을 모두 합쳐도 연소득 4300만원이 넘지 않는 빠듯한 살림이다. 그러나 K양은 지난해부터 학비가 매우 비싼 미국 사립대학교에서 유학하고 있다. K양이 진학한 아이오와주에 위치한 코넬칼리지는 연간 학비·기숙사비만 4600만원(4만1000달러)이 든다.
K양은 학교부적응으로 고교를 중퇴하고 검정고시를 봐 고교 졸업장을 땄다. 다른 학생들에 비해 특출 나지 않아 성적우수 장학금 대상도 아니었다. 그러나 대학의 학자금 보조(FA·Financial Aid:경제사정이 어려운 가정에게 지원되는 학비) 제도를 적절히 활용했다. K양은 대학당국으로부터 학비보조금(장학금)으로 매년 3100만원 정도를 받기로 하고 입학했다. 학교 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어서 집에서 받는 돈은 한해 1000만원을 밑돈다.
#앰허스트대 합격생 G모(20)씨
아이비리그와 맞먹는 미국의 대표적인 명문사학 중 하나인 앰허스트대에 오는 9월 입학하는 G씨는 미국 유학을 포기할 뻔했다. 스마트폰이 아닌 일반 휴대폰 부품 사업을 하는 부친의 회사가 스마트폰 열풍 때문에 경영난에 내몰렸기 때문이다. G씨는 아버지로부터 “미국대학 학비를 부담할 수 없으니 국내대학에 진학하라”는 얘기를 들었다.
G씨는 앰허스트대에 학비보조금을 신청했다. 앰허스트대는 SAT(미국식 대학수학능력시험) 2280점에 비교과활동 실적도 우수한 G씨에게 졸업 때까지 매년 5500만원을 주기로 했다. 학비가 오르면 보조금도 자동적으로 오르기 때문에 G씨의 추가 부담은 없다. G씨는 부모의 지원을 거의 받지 않고 유학 생활을 마칠 수 있게 됐다.
미국 대학에 진학하는 자녀를 둔 학부모에게 4월은 잔인한 달이다. 연봉 수억원의 부잣집이 아니라면 합격에 대한 기쁨도 잠시, 수천만 원에 달하는 학비와 체재비를 매년 마련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짓눌리게 된다. 연소득 1억원인 가정이라도 연 6000∼7000만원에 달하는 유학 비용을 대려면 허리띠를 단단히 졸라매야 한다.
그러나 최근 방한한 드루 길핀 파우스트 하버드대 총장은 “하버드대는 학부모의 연간 소득이 6만5000달러 미만이면 학비 전액을 학교 측이 부담하고, 15만 달러 미만이면 전체 학비의 10%만 부모가 부담한다”고 소개했다. 하버드대뿐 아니라 다른 미국 대학들도 학자금 보조 제도를 활용하면 국내 대학에 진학하는 비용으로 미국 유학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합격 여부에 치중하다보면 비용 부분은 간과할 수 있는데 합격증을 받아 든 뒤에는 학비보조를 받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며 “내년에 미국 대학 진학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적어도 올해 4월부터는 대학 정보를 챙겨야 한다”고 조언한다.
◇주립대보다 명문 사립대학을 두드려라=미국에는 무려 4140여개의 대학이 있다. 이 중 유학생에게 보조금을 주는 대학은 776개로 대부분 상위권 대학이다. 대학 랭킹이 높고 평판이 좋을수록 보조금이 많은 경향이 있다. 하버드나 예일, 프린스턴, MIT, 다트머스, 앰허스트 등은 보조금 신청이 합격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나머지 770개 대학은 보조금을 신청하려면 성적이 다른 학생에 비해 좀더 우수해야 한다. 또 연구중심대학보다는 학부중심대학에서 보조금을 더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방정부와 주정부로부터 보조를 받는 주립대들은 자국민 위주로 학비보조를 해주고 유학생에게는 성적장학금만 준다. 사립대 위주로 지원 전략을 짜는 것이 유리한 이유다. 동문과 기업의 기부금으로 마련되는 사립대의 보조금은 통상 학비의 40∼70% 수준으로 지원되지만 경우에 따라서 전액을 주기도 한다.
국내에 알려진 명문 사학들에만 집착할 필요는 없다. 미국 대학들은 전공별로 특성화돼 있기 때문에 하버드나 예일, 프린스턴, MIT 등보다 명성이 더 높거나 비슷한 대학 학과들이 존재한다는 점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미국 등 해외 대학들의 보조금을 컨설팅하는 미래교육연구소의 이강렬 소장은 “학부모들이 비용은 생각하지 않고 명성에만 집착하는 경향이 있어 중도에 학업을 포기하거나 편입하는 경우가 발생한다”며 “공부할 분야, 보조금 규모 등을 유학 계획 단계부터 따져보고 꼼꼼하게 재원조달 계획을 짜야 낭패를 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소는 지난해 하버드 등 미국 81개 대학에서 31억3000만원, 올해 4월까지 82개 대학에서 32억4000만원을 받도록 컨설팅했다.
◇학자금 보조의 종류=보조금은 성적·특기 장학금(Merit Based)과 경제적 상황에 따라 주는 보조금(Need Based)으로 나뉜다. 성적·특기 장학금은 학생 개개인의 우수성을 바탕으로 지급되는 장학금이다. 평균 2000∼1만5000달러 정도다.
경제적 상황에 따라 주는 보조금은 3가지로 구분된다. 연방정부에 주는 보조금(Grant), 주정부 보조금 그리고 대학 자체 보조금 등이다.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주는 보조금은 시민권자와 영주권자가 대상이다. 유학생은 대학 자체 보조금 대상이다. 학부모의 재정상태에 따라 금액이 결정된다.
학비융자(Student Loan)와 근로장학 프로그램(Work Study) 등도 있다. 학비융자는 저렴한 이자율로 제공되며 졸업 후 6개월부터 상환을 시작한다. 근로장학 프로그램은 대학이 제공하는 일정한 근로를 하면 학비를 감면해주며 노동시간은 주당 14시간 이내다. 통상 보조금이나 학비융자와 같이 일자리가 제공된다.
◇어떤 서류를 준비하나=주로 가정 형편이 어렵다는 점을 증명하는 서류다. 기본이 되는 서류는 CSS(College Scholarship Service) 프로파일이다. 미국 비영리기관인 칼리지보드(College Board)가 제공하는 양식으로 학생·학부모의 재정 상태를 파악하는 서류다. 제출 서류 가운데 가장 까다롭고 한번 제출하면 정정이 불가능하므로 작성에 주의해야 한다. 온라인으로 작성해 제출한다.
유학생 학자금 지원 신청서(ISFAA·International Student Financial Aid Application)는 CSS 프로파일보다는 상대적으로 간소화된 서류다. CSS와 마찬가지로 학생·학부모의 재정과 자산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다. 우편으로만 접수를 받는다. 두 서류 외에도 독자적으로 마련한 양식과 제출 서류를 요구하는 곳도 상당수다. 부모의 납세증명서, 은행잔액증명서 등 재정상태를 입증하는 서류를 첨부해야 한다. 학부모가 급여소득자인지 사업소득자인지에 따라서도 제출 서류 양식이 조금씩 차이가 난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